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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런 과학이] 비행기도 접착제로 조립한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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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접착제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물질 중 하나다. 유치원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접착제의 도움을 받아보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편리한 생활 속에는 접착제의 역할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접착제가 국내에서는 그저 평범한 화학물질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여러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의 하나가 바로 접착제와 관련된 기술이다.

접착제에 대한 역사는 아주 오래돼 심지어 기원 전 수십세기 전 바빌론에서도 건물을 지을 때 접착제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인들은 아라비아 고무와 동물성 아교 등을 접착제로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파피루스 종이를 만들 때도 접착제로 밀가루와 물 등을 개어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접착용으로 풀을 개어 한지 등을 붙이는 데 사용해 왔다.

접착제 기술은 거의 20세기까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합성접착제가 등장하면서 접착제 기술의 발전 속도는 놀랄만큼 빨라졌다. 특히 최근들어 합성접착제의 기술과 응용은 실로 상상 이상이다.

접착제는 가정에서뿐 아니라 첨단과학 분야에서도 응용가능성이 무한하다.

예를 들어 유럽과 미국의 항공기 제작회사들은 최근 첨단항공기 기체를 제작할 때, 무게를 보다 가볍게 하기 위해 접착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금속의 리벳이나 못, 혹은 용접으로 접합하는 수준이었다.

접착제로 대체하면서 우선 작업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접속 부위의 돌출되는 부분이 없어져 항공기 운항 때 공기저항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흔히 가정에서 사용되는 순간접착제는 명함 한장 크기의 철판 두장을 붙였을 때 무려 12t 덤프트럭 한대를 매달 수 있다고 하니 놀랄 정도다. 심지어 어떤 기능성 접착제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만 굳어져 접착되는 것도 있다.

이 경우 공기가 통하는 상태에서 부품을 자유자재로 배치한 후 공기를 차단시켜 접합하는 방식이다. 요즘 전자제품의 조립 현장에서도 접착제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항공기.선박.토목.건설.전자제품 제조 등의 모든 분야에서 나사와 못 등이 사라지고 기능성 접착제로 간단하게 접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때 각 나라의 산업 경쟁력은 바로 하이테크 접착제 기술을 그 나라가 얼마만큼 갖고 있는지에 좌우될 수 있다. 따라서 접착제 관련 화학산업에 정부 차원의 관심과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정훈 교수 한양대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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