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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49) 서울 마포갑 한나라당 이태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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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서 이민 상품이 매진된 현실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반영합니다. 실제로 지난 대통령선거 때 노 후보를 찍은 제 주변의 40대들이 ‘잘못 선택했으니 나라를 떠나야겠다’고 말합니다. 이번 선거에 꼭 참여해 과연 소중한 주권을 누구에게 위임할 건지 스스로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

서울 마포갑에서 여의도 입성에 도전하는 이태용(43)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은 “이민 상품 매진 사태를 정부의 실정 탓이라고만 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자 “국민고통지수(MI)가 몇 년째 악화되고 있는 만큼 현실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세태를 탓할 수만도 없다”고 응수했다.

“노 정권은 스스로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는 집단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동지 아니면 적’이란 2분법적 인식을 버리고, 적을 타도해야 내가 산다는 투쟁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이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수석은 당료 출신이다. 당과 국회에서 핵심 실무자로 일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담당관, 자민련 조직국장·정책국장, 국회 정책연구위원, 한국신당 대변인 등을 거치는 동안 여러 번 굴곡도 겪었다. 3당 합당 후 민자당 주류가 JP(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밀어내려고 했을 땐 JP와 동반 탈당해 자민련 창당에 참여했다. DJP(김대중·김종필) 공동 정권의 두 주주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대선 때의 공약인 내각제 개헌을 이행하지 않은 데 항의해 김용환 현 한나라당 의원과 자민련을 탈당해 한국신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어느 날 이태용 국회의장 정무수석(왼쪽)이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당시 정치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모습. 그는 박 의장에 대해 “역대 어느 의장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회의 기능을 내실 위주로 바꾸는 한편 국회의 위상을 높였다”고 말했다.

“20여년 정당과 국회에서 일하면서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게 뭔지,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절실하게 깨닫고 착실히 준비해 온 사람입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엔 국회의장 정무수석으로 있으면서 높은 수준의 의정활동을 경험했습니다. 국회 어느 창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국회 시스템에 대해 마스터한 셈이죠. ”

한나라당의 연이은 집권 실패에 대해 그는 “열린 마음, 따뜻한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수파로서의 포용력과 손해볼 수도 있다는 자세를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에서 두 번이나 졌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나라당이 공천 절차로 도입한 면접토론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지만 자칫 동지적 따뜻함을 간과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씨는 정치개혁의 우선 과제로 ‘깨끗한 선거 풍토 만들기’와 ‘정치자금의 투명성 제고’를 꼽았다. 단 정치자금법을 고치더라도 개정안이 비현실적이라 제대로 지켜 지지 않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민주주의의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투명성을 강조한다거나 정치자금 무용론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

▶지난해 여름 강원도 강릉의 수해 현장에서 열린 ‘사랑의 집 짓기’(헤비타트) 행사에 1일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태용 수석(오른쪽). 박관용 의장을 비롯해 의장 비서실 전직원이 이 행사에 참가했다.

“돈 선거가 문제가 되는 건 이른바 조직관리 비용 때문입니다. 지금은 유권자들이 돈을 받지도 않을 뿐더러, 돈으로 표를 살 수도 없는 세상이에요.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화가 이루어 지고 자원봉사 문화가 뿌리를 내리면 조직관리 비용으로 야기된 돈 선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는 최근 김수환 추기경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나 한 고언(苦言) 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원로, 곧 우리 사회의 어른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야 하며 더욱이 무차별적인 난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일부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동원된 방청객들이 지정된 때에 웃음 소리를 냅니다.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가짜 웃음’이죠. 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가짜 웃음이 끼어들 때 시청자들이 더 자주, 더 오래 웃고, 해당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가짜 웃음에 익숙해 지면 유머의 질에 반응하지 않고 남들의 웃음 소리에 반응하게 된다는 거죠. 권위가 실종된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들은 사람들에게 언제 웃어야 할지 지침을 주는 거의 유일한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웃는다고 따라 웃지 마시고, 유머의 질을 판단해 주십시오. 시민단체의 지침에 따르지 마시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십시오.”

이필재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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