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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에 국민들 얼마나 관심있나 전문가 좌담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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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최근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우리 국민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선진국에 비해 극히 낮다는 것이 보편적인 평가입니다.
자원봉사자가 적은 원인은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자원봉사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으로 파악되는데 우리국민들의 자원봉사 의식이 어느정도인가, 또 그를 높이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오늘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李淸子실장=91년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세 이상국민중 한번이라도 자원봉사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또 지난해 12월 정무제2장관실에서 조사한 자원봉사 인지도 실태조사 결과를 보 면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92.4%로 이를 뒤집으면자원봉사가 뭔지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전체 국민의 8% 가까이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없는 사람은 83.3%나 되구요.
이같은 수치로는 자원봉사활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金基善부장=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78년 처음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당시 2개 일간지의 알림란에 모집공고를 냈습니다.우리의 당초 목표는 50명만 지원해도 성공이라고 보았는데 20대 여성으로부터 여든이 넘은 노인까지 1백50여명이나 몰 렸지요.깜짝놀라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는데 우리 민족의 삶이 공동체 의식에 깊이 뿌리를 두고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때 우리사회에는 두레나 향약.계등 공동생활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70년대 들어 산 업사회로 전환되면서 희노애락을 함께 하던 이웃이 사라지게되고 희미해진 공동체 의식을 찾으려는 잠재의식의 발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몰리게된 것으로 분석을했습니다.
실제로 5년전 사회복지 분야의 자원봉사자수를 조사했을때 약 3만6천명 정도로 전체인구의 1.1%에 불과했습니다.당시 일본은 9%,미국의 경우 20%나 됐지요.그러나 올 3월 조사 결과 약 9만1천명으로 나타나 5년 사이에삐자원봉사 자수가 거의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알수 있습니다.
▲사회=우리 사회에도 자원봉사활동의 잠재력이 무궁하다는 말씀인데 현재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계층입니까. ▲朴聖圭총무=현재 자원봉사를 하고 있거나 하고자 희망하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경제적 문제보다는 시간적여유가없다는 것을 호소합니다.봉급생활자들의 경우 생활에 쫓겨 시간을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尹錫仁부장=적십자사의 경우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녀봉사요원이전체의 70%이상을 차지했습니다.그러나 최근에는 남성들이 참여를 희망해오는 경우가 크게 늘어 여성 희망자의 수를 오히려 초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남성 희망자의 경우 경제 적으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육체적 봉사 이외에도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는 예가많습니다.결국 우리나라의 경제 도약과 함께 지금까지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 려와 돈을 모은 사람들이 이제는 뭔가 가치있고 보람을 느낄수 있는 할 일을 찾게되는 시점에 와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李실장=여성개발원에서는 84년부터 인력은행을 설립해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여성들의 등록을 받고 있습니다.인력은행에 등록된유휴 인력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5~50세가 가장 많습니다.이연령대의 주부들이 자신의 남는 시간을 사회에 봉사하려는 욕구를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이야기지요.재미있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의경제능력 분포가 서울과 지방에서 차이난다는 것입니다.서울의 경우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여유있는 중산층들이 대부분인 반면 지방에서는 스스로가 살아오면서 육 체적.경제적 고통을 겪은 경험이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회=무궁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잠재된 자원봉사능력을 활성화 시킬수 있는 대책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시지요. ▲李실장=자원봉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생각입니다.『자원봉사라는 것이 엄청난 자기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같은 보통 사람은 할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미리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朴총무=일반의 잘못된 인식 가운데는 자원봉사를 어떠한 정치적 행위로 보는 경향도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최근 사회단체들이 환경등 시민생활과 보다 밀접한 문제들에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불식됐습니다만 일각에서는 그같은 피해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는게 사실입니다.우리 사회에 취미.스포츠.레저등 동호인모임과 향우회.동창회등 친목단체는 세계적 수준보다 오히려 많으면서 사회봉사를 하는 모임은 거의 없다시피한 것도 그러한데연유한다고 볼수 있습니다.
▲金부장=국가가 정책적 필요에 따라 자원봉사자를 모아 쓸 경우는 조심을 해야합니다.자원봉사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어떠한 형태든 하등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칫 자원봉사가자발적인 것 보다 官에 의해 동원된 인력같이 보 일 수 있지요.지난번 올림픽이나 엑스포가 그런 이미지를 남겼다고 봅니다.물론 이것도 미국.영국등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된 나라에서는 문제없을 겁니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지요.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선관위가 홀로 자원봉사자를 모 집했다면 그런 오해를 받았을 겁니다.다행히 中央日報가 캠페인을 벌이고 시민들이 순수히참가해 문제가 없었지만.그래도 어려움이 많았지요? ▲尹부장=자원봉사자에 대한 명백하고 합리적인 지침이 없는 것도 자원봉사를활성화시키지 못하는 한 요인입니다.실제로 여러 단체들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사회봉사활동을 하고있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 구체적이고 명확한 활동내용을 제시하지 못한채「무조건 도우라」는 식의 주문만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자원봉사자들은 돕긴 도와야겠는데 뭘,어디서부터,어떻게,또 어디까지 도와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구요.적십자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들어올때 봉사활동의기본원칙.향후활동등에 대해 명확한 오리엔테이션을 합니다.예컨대병원 봉사는 오전10시부터 2시간동안 환자 안내와 신청서 쓰는법 돕기를 하고 지나치게 화려한 치장을 하지말라는등 말입니다.
또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기성인들보다는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에 인식시 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적십자사에는 매주 수요일 주한외국대사 부인들이 자원봉사를 하는데 어느날 모로코대사 부인이 열살짜리 딸을 데려와『이제 너도 봉사활동을 할 나이가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직원들이 감동한 적이 있었습니다.이처럼 어려서부터 사회에 봉사하는 훈련이 돼야하는 것입니다.
▲사회=이제는 자원봉사활동을 체계화시켜야할 때며 이 과정에서민간단체와 언론.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오늘 좌담은 우리나라도 자원봉사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정리=李勳 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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