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베스트셀러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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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나는 베스트셀러라는,듣기에 별로 좋지도 않은 이 외래어에 딱들어맞는 우리말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제일 많이 팔리는 책」이라는 풀이로는 그 느낌이 다 전해지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성서나 토정비결이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말이 되 기는 하지만 어딘가 예외적인 표현으로 들린다.이 단어에는 지금 현재라는 시간적 한정,그리고 많이 팔리니까 그만큼 인기가 있으며 유행을 타고 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그러니까 외솔선생의 후예들이 보기에는 딱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을는지 모르지만 누구나「베스트셀러」라고 하지「제일 많이 팔리는 책」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저자나 출판사 쪽에서 보면 이 베스트셀러는 금전적 성공,문자그대로 돈방석이라는 의미다.
「섰다판」에서 삼팔광땡 잡듯 그저 베스트셀러 하나만 터져주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출판사들의 바람이요 꿈이다.이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는 경합이 여간 치열한 것이 아니어서 그 전략도 치사하다 할 정도로 가지가지다.
신문.잡지.라디오.텔레비전 등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선정적인 대형 광고를 연속으로 내보내는 것이 그 기본이라 하겠으나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담당 기자나 기고자를 구워 삶아 소위 양서 소개 형식으로 또는 사회적 화제거리라는 명목으로 신문 문화면에 「점잖게」기사를실리게 하고 출판기념회나 강연.세미나.전시회 따위의「고급문화행사」를 시의적절하게 여는 등「인기」를 창출하기 위한 여러 보조방편들이 뒤따라야 한다.
하여튼 무슨 수를 쓰든 이른바「여론조작」에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베스트셀러」가「베스트북」,즉 제일좋은 책이 아닌데도 그렇게 오인되는 데 있다.
대중 소비사회의 출판이란 다 그런 것이지 하고 냉소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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