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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校에 '퇴출 장려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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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충북의 사립 S중학교가 올 한해 도교육청에서 받는 지원금은 학생 한명당 4천2백92만원꼴이다. 액수로만 보면 국내 최고 수준. 전교생이 13명밖에 안 되지만 교사 임금, 학교시설 유지비 등을 정부가 모두 대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정부는 이 학교에 연간 5억5천만원을 지원한다.

이 학교법인은 학교 문을 닫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된다. 학교 땅 등 교육용 기본 재산을 돌려받기도 어려운 데다 설사 돌려받더라도 설립자 측은 증여세로 15억원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수는 줄어도 계속 학교를 운영하며 꼬박꼬박 지원금을 챙긴다.

이처럼 학생수가 1백명 이하로 떨어져 문을 닫고 싶지만 여의치 않아 남아 있는 사립 초.중.고교는 전국적으로 97곳. 해마다 정부가 이들 학교를 지원하는 데 드는 돈은 5백91억원이 된다.

하지만 4월께부터 사립학교가 스스로 문을 닫을 때 정부로부터 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사립학교 재단이 원할 경우 교육용 기본재산도 매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퇴출을 유도한다. 이에 따라 학교 퇴출 및 인수.합병(M&A)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퇴출 장려금 지급=학생수 감소로 더 이상 학교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립학교 설립자가 퇴출을 선택할 때 받을 수 있는 장려금은 학교의 교육용 기본재산(부동산 등) 평가액의 30% 이내다. 법인이 해산할 때 설립자가 받는 장려금이어서 법적 용어는 '해산 장려금'이다.

해산 장려금은 사실상 설립자가 학교 법인으로부터 재산을 돌려받을 때 내야 할 증여세(30%)를 면제해 주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증여세를 면제해 줄 테니 학교 문을 닫고 재산을 찾아가라는 의미다. 이 경우 해당 학교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전학한다. 교육부는 또 사학법인의 교육용 기본재산을 매입하는 방법을 통해 퇴출을 돕기로 했다. 일단 학생수 감소로 학교 유지가 힘든 97개교를 매입할 경우 총 1천5백97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정영선 교육자치심의관은 "장려금을 주거나 매입해 사학법인의 퇴출을 돕는 게 사학에 꼬박꼬박 보조금을 대주는 것보다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대학은 요지부동=학생수 감소로 운영이 힘든 대학이 갈수록 늘고 있으나 대학 법인은 사립 초.중.고교처럼 쉽게 퇴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대학 법인의 퇴출을 돕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립자들이 재산을 되찾아갈 방법도 없다. 학교 운영을 그만두고 싶으면 정부에 땅과 건물 등 재산을 기증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수 감소로 재정난이 심각한 사립대학이 퇴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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