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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중국 ‘17대’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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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그런 점에서 이번 당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흥행(?) 기록이 예상되는 이유는 중국사회 변화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을 이루었던 역대 당대회에 비해 이번에는 인사나 정책 면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 자리, 즉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반면 리커창(李克强) 랴오닝성 서기, 시진핑(習近平) 상하이시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성 서기를 비롯한 차세대 지도그룹의 중앙 무대 진출은 꽤 오래전부터 점쳐져 왔던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총서기 후보에 일찍이 내정돼 취임 전 10년 동안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 주요 당무를 경험할 수 있었던 후진타오 자신의 경우와는 달리 제5세대 지도자의 등장을 불과 5년 앞둔 이번에는 총서기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처럼 특정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복수로 구성된 후보자 그룹을 선정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카리스마적 인물이 부재해 파벌 간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자 권력 계승 과정의 불안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인치(人治)적 요소를 가능한 한 배제하는 것이자 소위 ‘집단지도체제’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예컨대 최고지도자 자리를 둘러싸고 보다 경쟁적인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당내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등장은 중국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50대의 젊은 나이도 인상적이지만 각각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칭화대 법학 박사, 중앙당교 법학 박사라는 이들 세 사람의 경력이 시사하듯이 향후엔 지금까지와 같은 이공계 출신의 기술관료형이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의 관리형 인물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경제발전 못지않게 민생안정에 보다 역점을 둔다는 의미다. 그간 중국 지도부는 ‘조화(和諧·허셰)사회’ 이론과 ‘과학발전관’ 개념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기존의 양적 성장 일변도에서 환경친화적인 질적 성장으로, 연해 중심에서 지역 간 균형발전으로 국가 전략을 수정해 왔다. 아울러 기업가나 엘리트보다는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농민공과 실업자 등 취약 집단을 보다 배려하려는 정책 성향을 보여 주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관련 내용의 당장(黨章) 삽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인데, 이는 그것에 더욱 치중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중국에서 카리스마적 인물의 권위에 의한 통치 시대는 끝났다. 중국 공산당은 민생 해결을 비롯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검증을 통해 정통성을 평가받게 되고, 지도자의 부침 역시 이에 달려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회의는 집권 2기를 맞이하는 후진타오 총서기가 확고부동하게 자신의 지도체제를 구축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경제발전과 민생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그 정통성을 확립함으로써 민주화라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를 비켜갈 수 있을지, 그래서 경제발전 모델에 이어 일당지배체제를 또 한번 선보일지 주목된다.

전성흥 서강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