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원자재값 뜀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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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충북 천안에서 전선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47) 사장은 치솟는 동 가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초 t당 500만원이던 국내 동 가격이 최근 9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전선 판매가를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올 들어 판매단가를 계속 높이고는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그 이상 올라 사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유·금속·곡물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게 큰 이유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3.1% 올라 국제 금속 가격이 크게 올랐던 올 3월(3.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7.4% 급등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로는 지난해 8월(7.5%) 이후 최고였다.

한은 물가통계팀 유경훈 과장은 “지난달 수입물가가 크게 뛴 것은 원유(8.1%) 외에도 밀(24.2%)· 옥수수(10.4%) 등 국제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니켈(6%) 등 일부 비철금속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3.5%)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9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 넘게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은 이성태 총재는 “내년 초엔 물가상승률이 3%대에 이를 전망”이라며 “하지만 아직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5~3.5%) 범위 내여서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물가 상승 압박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위원은 “올해 급등했던 원유와 금속, 곡물 가격의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입물가를 올리고, 이는 다시 국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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