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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돌아온 김국진의 어색함 리얼인지 연출인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호 15면

‘모든 사람을 어색하게 만드는 게 장기’라는 정형돈이 울고 가겠다.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 코너 MC로 합류한 개그맨 김국진 얘기다. 12일 첫 방송에서 윤종신·김구라·신정환과 호흡을 맞췄지만 몸이 덜 풀린 듯 어색했다. 결국 기존 DJ들로부터 “20세기 진행방식”이라는 핀잔을 듣기까지 했다.

‘21세기식 DJ’들이 지적한 김국진의 진행방식은 원론적으론 바른 것이었다. 각기 제 말만 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세 남자를 윽박지르거나 달래가며 게스트들과 원활한 대화를 유도하고 시청자에게 정돈된 토크쇼를 보여주는 것. 어수선함 속에서 고군분투한 김국진의 노력은 그런데 어색해 보였다. 멤버들과의 세대차이라 말할 수는 없다. 김국진과 그들은 다같이 30대니까.

이유는 정형돈의 어색함은 연출된 캐릭터고, 김국진의 그것은 ‘리얼’하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여섯 멤버 안에서 정형돈은 내세울 ‘끼’가 없어 밀리는 역할이다. 처음부터 연출됐다기보다 수개월간 멤버들이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떠맡은 캐릭터다. 이젠 그것이 브랜드가 돼버려 정형돈이 어색해야 시청자는 ‘리얼’하다.

반면 김국진은 전성기 때 요즘 식으로 말하면 ‘유반장’(유재석) 캐릭터였다. 풍파 끝에 복귀했건만 토크쇼의 유머코드가 확 바뀌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자기 색깔을 부각시키는 ‘전략적 캐릭터’가 대세다. 그러니 김국진의 선택도 제한적이다. 성질 내는 이경규·박명수를 좇아 ‘버럭국진’으로 가거나 ‘20세기 진행자’라는 놀림 속에 ‘어색국진’으로 가거나. 아니, 이미 첫 방송이 ‘어색국진’의 데뷔무대였나? 그랬다면 국진씨, 성공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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