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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장 순례] 핀란드 국립 오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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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역이 자리잡은 툴로호(湖)일대는 최근 비즈니스, 문화, 레저 센터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시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는 호수가의 헤스페리아 공원을 따라 우체국, 현대미술관(키아스마), 국회의사당, 콘서트홀(핀란디아홀)이 자리잡고 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흰색 건물이 바로 1993년에 개관한 핀란드 국립 오페라다.

개관 무대에 오른 파시어스의 ‘찰스 왕의 사냥’은 1852년 핀란드에서 상연된 최초의 핀란드 오페라다. 1911년 핀란드 음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국내 오페라’를 창단한 후 3년후 ‘핀란드 오페라’로 이름을 바꾼 오페라단이 핀란드 국립 오페라단의 전신이다. 핀란드 오페라는 1956년 재단 형태로 바뀌면서‘국립’으로 승격됐다. 핀란드 국립 오페라는 1919년부터 사용해온 알렉산더 극장은 1880년 러시아 점령군이 지은 군사시설을 개조한 것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의 축소판처럼 생긴, 5백60석짜리 프랑스식 극장이었다. 하지만 무대도 비좁고 음향도 불만스러웠다. 1920년대부터 극장 신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지지부진했다.

1964년 새 오페라하우스를 툴로호의 수변(水邊)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 알토(1898∼1976)였다. 그는 당시 인근에 헬싱키 필하모닉이 전용 콘서트홀인 핀란드홀을 짓고 있던 중이었다. 헬싱키 당국이 뒤늦게 그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은 75년. 2년후 설계 공모에서 에로 히베메스키, 유카 카루넨, 리스토 파키넨 등 3명의 팀이 당선됐다. 81년 착공됐지만 핀란드 독립 75주년 기념에 맞춰 개관 예정이었던 92년보다 1년 후에야 준공됐다.그래서 개관 기념작으로 위촉한 울리스 살리넨의 ‘쿨레르보’는 LA에서 먼저 초연되고 말았다.

핀란드 국립오페라는 핀란드 사상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이다. 12년 걸려 완공하는데 2억 5000만 달러가 소요됐다. 바깥에서 보면 거대한 흰색 건물이 온실이나 공장, 아니면 병원으로 여겨질 정도다. 현관에 들어선 후에도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바우하우스 스타일로 기하학적이고 기능적인 모더니즘에 충실한 건물로 객석 로비에서 호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외부와 내부를 실용적이고 내실있게 꾸몄다. 객석수는 1364석. 심포니 공연 때는 1496석으로 늘어난다. 작품의 규모에 따라 오케스트라 피트의 크기는 물론 프로세니엄의 높이(7.10m), 폭(13.17m)도 조절할 수 있다. 200∼500석 규모의 소극장은 스튜디오 오페라나 발레, 실내악, 연습실, 교육센터로 활용되며 잔향시간이 조절 가능하다.

오페라 극장에 근무하는 스태프만 735명이나 된다. 그중 1963년 창단한 전속 오케스트라는 120명 규모로 국립 오페라 합창단과 함께 생활비 전액을 보장받는 핀란드 유일의 프로페셔널 악단이다. 매년 25개의 작품을 상연하며 그중 7개는 새로 제작하는 오페라다. 이밖에도 합창단 60명, 발레단 90명이 시즌 중에는 매일 출근한다. 지금까지 250여편의 창작 오페라를 초연해온 오페라 강국 핀란드의 선봉에 서서 뛰어난 작곡가, 지휘자, 성악가, 연출가들의 역량을 결집시켜온 꿈의 무대다.

◆공식 명칭: Suomen Kansalisoopera(Finnish National Opera)
◆객석수: 오페라극장 1364석, 소극장 200∼500석
◆홈페이지: www.operafin.fi
건축가: 에로 히바마키, 유카 카르후멘, 리스토 파키넨
◆주소: Helsinginkatu 58, FIN-00251 Helsinki
전화: +358-9-4030-21
◆개관: 1994년
◆부대시설: 오페라 레스토랑(예약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 +358-9-4030-2210), 카페 오페라(화∼금 오전 12시∼오후 5시)
◆극장 투어: 25명 이내 그룹 투어 68 유로(일요일 135 유로) +358-9-4030-2511
◆초연: 라우니스‘쿨레르보’(1917년), 라우타바라‘선셋 하우스’(199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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