補選후유 돌파 충격요법 나올까-김대통령 청남대구상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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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년전인 93년8월12일.
金泳三대통령은 오후8시를 기해 금융실명제를 실시한다는 폭탄선언을 발표했다.
夏季휴양지인 청남대에서 돌아온지 8일만의 대사건이었다.
그리고 전격 투하된 메가톤급의 금융실명「彈」은 이날 치러진 大邱東乙 補選에서의 民自黨후보 참패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이날 단행된 金대통령의 긴급명령권 발동이 본래부터 예정된 것인지,의도된 것인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으나 補選의 충격을 덮어버린 것만은 분명했다.
금년의 상황도 너무나 유사하다.
金대통령이 바로 여름휴가를 떠난 2일 大邱壽城甲등 3개 지역의 補選이 치러졌고 民自黨은 참패했다.
1년만의 우연치고는 너무나 흡사한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金대통령이 2일 휴가를 떠난 것은 태풍 브렌던이 몰고온 비가해갈을 시켜준 외에도 깨끗한 선거를 강조해온 그로서 이날 있은補選에 초연해 있다는 과시적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번 補選에서 공명만을 기대한 金대통령은 아니었다.
2일 오후 휴가지에 도착한 金대통령이 제일 먼저 챙긴 게 補選 진행상황이었던 점도 그 반증이랄 수 있다.청와대를 지키는 한 고위참모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율등을 확인한 金대통령은 개표전 전반적인 상황에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다.그런데 이날 밤 드러난 개표결과는 金대통령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청와대관계자들의『선거혁명을 이루었다』는 補選논평이 속마음과 일치하지 않듯 金대통령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공명성 확보가 民自黨의 패배까지 감싸주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대적 司正을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경제성장까지 이루고 비록 金日成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통일을 「可視化」하는등 많은 업적을 쌓았다고 자부하는 金대통령에게눈앞에 벌어진 현상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일게 틀림없다.
「잘하면」大邱壽城甲도 챙길지 모른다며 은근히 全勝을 기대했던청와대로선 믿기지 않는게 8.2補選 결과인 것이다.
이런 등등으로 金대통령의 하계구상이 한층 주목되고 있다.
金대통령이 이번 패배를 외면하고 넘어갈 가능성을 점치는 측이없지는 않으나 야당의 공세와 여론의 냉소를 뿌리치기 위해서도 분위기 쇄신을 위한 어떤 단안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大邱東乙때의 금융실명제나,92년 3.24총선패배후 대통령후보 경선 선언으로 국면을 일거에 반전시킨 사례등을 떠올리며 이번 역시 메가톤급 조치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경제가 잘 풀리는 이 마당에 자칫 안정기조를 깰지모를 경제부문의조치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개각을 포함한 黨政개편등 人的조치가 남게 되는데 그간 개편의 필요성을 극구 부인하던 핵심인사들도 의외의補選결과에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연말께로 예상되던 黨政개편이 8월중이나 정기국회전으로 앞당겨질만 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남대 하계휴가중 금융실명제를 총지휘하면서 主務참모인朴在潤경제수석까지 깜쪽같이 따돌린 金대통령인 만큼 그 속은 가늠키 어려우나 黨政개편을 앞당긴다면 폭이 대규모가 되리란 전망이다. 〈金玄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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