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황 배네딕토 16세, “핵 없는 한반도 위해 기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교황 베네딕토 16세(사진)가 한반도에서 핵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는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12일 김지영(프란치스코) 신임 교황청 주재 한국 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다.

그는 “북한이 핵개발 야망을 완전히 버리기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화해 협력을 추구하는 국제적 노력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여러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북핵 협상이 성공해 형언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진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행위가 완전히 멈춰 지기를 열렬히 바란다”고 김 대사에게 설명했다. 교황청은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분단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30일에도 “남북 간의 대화 진전이 동북아 전역의 안정과 평화, 남북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주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교황은 한국 과학자들에게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우석 박사 파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달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베네딕토 16세는 “한국은 과학적 연구·개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면서 “이런 과학적 연구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엄격한 윤리적 기준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인간의 배아를 파괴하는 것은 과학자나 보건당국이 애초에 생각했던 인류 복지를 위한다는 연구 개발 목표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교황은 “한국인은 도덕적 감수성을 타고 났다”며 “이는 한국이 인간 복제와 관련된 연구과정을 법적으로 금지시킨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한국인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과학적 연구·개발이 불러 올 윤리적·사회적 파장에 대해 국제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도록 특별히 한국인들이 노력해 주길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줄기 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배아를 희생하지 않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체 줄기세포는 골수 추출처럼 사람의 생명에 해를 가하지 않고 추출이 가능하지만 배아 줄기세포는 배아를 죽여야 추출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바티칸은 임신이 되면서부터 생명이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