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 섭외반 발로 뛰는 세일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 화곡동에서 상업은행 尹淳鎬대리(여.36.고객업무부)의 이름을 대면 고개를 갸우뚱해도「호박엿 여사」하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녀의 섭외공세가 하도 엿가락처럼 끈덕져 담당구역인 화곡동에서 돈 좀 있다는 사람치고 일단 걸려들면 예금을 내주지 않은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녀는 은행원이지만 화곡동 일대 아파트.상가.사무실 사람들의신상.취미.경조사 일정을 훤히 꿰고 4년간 잔심부름과 급한 일을 일일이 챙겨 해주고 있을뿐 아니라 手指針까지 공짜로 놔 주는「동네 해결사」다.
하루 평균 15~20곳을 탐방하며 전화방문까지 하면 50여곳을 들르고 있다.
은행원하면 빳빳한 정장에 시원한 냉방속에점잖게 앉아 고객을 상대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尹대리처럼 발과 땀으로 현장을 뛰며 외판원보다 더 험한「각개전투」식 영업을 하는 은행원도 있다.
바로 소매금융시대의 산물이자「밀착금융」의 첨병인 섭외전담반이다.이들은 하루 종일 현장을 돌며 기존 고객들외에 새로운 고객과 예금 유치만을 전담하는 일종의 별동대다.
우리 은행에 섭외전담반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86년.소매금융에 일찍 눈뜬 신한은행이 일부 지점에 전담자를 두어 성과를 올리기 시작하자 다른 은행들도 조직을 신설했다.현재 섭외전담반을 두고 있는 은행은 상업.한일.외환.신한 .중소기업은행등 5곳.
최근 들어 조직을 확대해 많은 곳은 5백명 가까운 전담인원(중소기업은행)을 가동하고 있다.앉아서 하는 도매금융 위주의 은행영업으로는 이제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섭외전담자들은 은행영업을 꽤 안다는 중견 대리.과장급으로 구성된다.연고가 없는 사람들의 돈을 끌어들이기란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처럼 어려워 섭외전담자들은 별별 일을 다 한다.
수영.테니스.낚시등 동네 취미서클에 꼬박꼬박 얼굴을 내밀고 동사무소.세무서등을 부지런히 들러 섭외대상이 될 사람들에 관한정보를 사냥하기도 한다.
이삿짐 나르기.수금대행.자동차제공등 무료 심부름센터 역할을 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벽지의 無緣故 노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방문하고 묘지 이장까지 해주는등 정성을 들인 끝에 그 노인을 감복시켜 수억원의토지보상금을 예금으로 유치했다든지(외환은행 목포지점丁相龍대리),모 외국기업과 거래를 트기 위해 그 기업의 社 史 자료를 어렵사리 모아 직원들에게 가르쳐 줄만큼 외워 호감을 사는등(신한은행 K대리)숱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러나 이들 섭외전담반은 나름대로 실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人情에 호소하는 영업」에 머무르고 있는 한계도 안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섭외담당자들은 단순한 영업맨 차원을 떠나 財테크 상담역으로 기능을 한차원 높여가고 있다.
우리 은행들도 이런 한계를 감안,섭외전담자들을 투자.세무.법률 부분을 두루 알고 투자가이드를 해주는 전문가로 키우기 위한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李在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