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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미술품 50점 한자리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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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구보건대학 관계자들이 전시 준비 중인 박수근의 그림 ‘맷돌질하는 여인’(21.5X27, 1940년대 후반 작)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이 대학 박은규 기획홍보처장이며 흰 옷 입은 이가 인당박물관 소명숙 관장. [사진=송의호 기자]

10일 오후 9시 대구시 태전동 대구보건대학 아트센터(인당박물관) 1층 전시실.
 소명숙(50) 인당박물관장과 큐레이터 손영학(43)씨의 손길이 분주했다. 운반된 작품을 풀고 전시 위치의 높낮이를 봐 가며 그림을 거는 등 12일부터 28일까지 공개되는 ‘인당 소장전’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 전시는 등장 작가들의 지명도 때문에 그림과 조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숱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박수근과 이중섭·김환기·이응노·이인성·하인두·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27명의 화가와 권진규·문신 등 8명의 조각가가 망라돼 있다. 한 자리에서 동시에 작품을 접하기 어려운 거장들이다.

이번 전시작 50점은 모두 인당이 20여년에 걸쳐 수집한 뒤 현재 소장 중이다. 인당은 대구보건대학 학장과 이사장을 지낸 김윤기(60) 박사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지역의 대표적 미술품 수집가 중 한 사람이다.

 박수근 작품부터 미리 보았다. 2점이 나왔다. 그 중 ‘맷돌질하는 여인’(1940년대 후반 작)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와 15억 원이 매겨진 작품이다.

얼마 전 대구에서 대규모 미술품 경매를 한 옥션M이 그 사실을 알고 참여를 종용했지만 끝내 나오지 않다가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보건대학 측은 전시 중 작품의 훼손이나 파손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를 낮추려고 하향해 매긴 이 작품의 값은 자그마치 12억 원. 서울 남경화랑은 얼마 전 이 작품을 빌려가 전시한 뒤 유족의 동의를 거쳐 카피 작품 300점을 만들었다.

 이중섭의 ‘호박꽃’(오른쪽 맨 위 사진)도 고가로 평가된다. 54년 작가가 서울 신촌 집에 머물면서 창작에 열중할 때 주변을 뒤덮었던 호박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중섭의 대작으로 분류돼 수십억 원대로 평가된다. 또 도상봉의 ‘성균관’(오른쪽 아래)은 소재 때문에 대학을 운영한 소장자가 특히 아끼는 작품이다. 보험사가 매긴 이번 전시작의 전체 평가액은 70억 원 정도. 보험료는 10여 일 전시에 최소 금액인 500만 원을 냈다.

 소 관장은 “전시 자체가 인당의 수집 철학을 담고 있다”며 “모든 이와 작품을 공유하기 위해 공개를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당은 이번 전시 말고도 그동안 자신이 수집한 장롱과 궤 수백 점을 이곳에서 전시해 대구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소 관장은 내부 고객인 학생들이 우선 이번 전시를 전원 감상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간호과 교수인 그는 “얼마전 삼성병원 관계자를 만났는데 간호사 면허증 이외에 문화적 소양이나 인성을 갖춘 신입사원을 선호하더라”며 “그런 점에서도 뜻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인당이 소장한 한국 근·현대 거장의 작품은 모두 200여 점에 이른다. 박물관 측은 그래서 앞으로 3차례 정도 더 전시회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볼거리는 전시장 뿐만이 아니다. 대구보건대학의 박물관 입구 뜰은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건물 곳곳에도 많은 작품이 걸려 있어 캠퍼스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이기도 하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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