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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반값 아파트 … 이상한 땅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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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말 그대로 주공이 땅은 빌려주고 건물은 분양하는 방식이고, 환매조건부는 전매 제한 기한인 20년 이내에는 주택공사에 일정 가격으로 되팔아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는 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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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땅값 산정=문제는 이미 승부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땅에 짓는 두 종류의 아파트에 땅값이 서로 다르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토지임대부 주택에는 땅값을 비싸게 공급하고, 옛 열린우리당의 환매조건부 주택에는 훨씬 싸게 땅을 넘긴 것이다.

현재 건교부와 주공은 정확한 토지 조성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회 건설교통위 김석준(한나라당) 의원이 입수한 건교부.주공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주공은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땅값을 조성원가의 110%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주택 규모(60~80㎡) 용지를 '분양'할 때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사업 시행자인 주공이 토지임대부 주택에 제시한 토지 임대료는 월 42만5000원(전용면적 84㎡)과 37만5000원(전용면적 74㎡). 이 임대료와 주공이 적용한 자본비용률(약 4%)을 역산하면 전용면적 84㎡의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땅을 1억1592만원(㎡당 138만원)에 조성해 1억2750만원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정상적 임대주택 규정(조성원가의 85%)을 적용할 경우 토지임대료는 각각 32만8400원과 28만9700원으로 낮아진다. 땅이 비싸게 공급되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의 월 임대료가 10만원 가까이 뜀박질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환매조건부의 택지 공급가는 조성원가의 90%에 맞췄다. 건교부는 "규정대로라면 조성원가의 110%가 돼야 하지만 20년간 환매 제한이 있음을 감안해 택지비를 20%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한다. 전용면적 84㎡의 땅을 환매조건부 주택에는 1억1592만원에 조성한 땅을 1억431만8000원에 공급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주택은 인근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보다 분양가가 9% 낮게 책정되는 효과를 보았다. 결국 환매조건부 주택은 토지임대부 주택에 비해 땅값을 약 20% 싸게 공급받은 셈이다.

◆임대냐 분양이냐=정부의 이중적 잣대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땅값 산정 방식이라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정부가 분양과 임대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은 빌리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임에도 땅을 분양으로 간주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투자본부장은 "비록 장기간 환매 제한이 붙었지만 엄연히 분양 개념인 환매조건부 주택을 임대로 간주해 땅값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혼선에 대해 건교부 박선호 주택정책팀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의 택지비를 조성원가의 110%로 산정했지만, 월 임대료를 계산할 때 적용되는 자본 비용률(약 4%)은 평소 주공이 적용되는 이자율(6.74%)보다 낮춰 임대료 부담을 줄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군포 부곡지구 시범사업의 전체 재원 중 주공의 부담률은 10%에 그치고, 절반가량이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된다. 현재 국민주택기금의 이자율은 통상 3~4% 정도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토지임대부에 적용되는 이자율(4%)도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 의원 측은 "정부의 조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불리하게 만드는 차별"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반값 아파트 시범사업을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밝혔다.

윤창희.함종선 기자

☞◆분양가=통상 분양가는 택지비+기본형 건축비+가산비로 구성된다. 정부는 공공택지의 택지비를 별도로 규정해 놓고 있다. 전용면적 60~85㎡의 수도권 임대주택용지 택지비는 땅 조성원가의 85%, 그 외의 주택용지는 조성원가의 110%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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