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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사회학>사랑을 그대 품안에 강풍호役 차인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여기 지향하는 목표가 확연히 다른 세 개의 집단이 있다.스스로 벗어나기 힘든 연결고리에 묶인 채 때로는 서로를 껴안고,때로는 정서의 불일치로 인해 적대감마저 느끼곤 하는 묘한 형국의세 당사자는 바로 「TV」,즉 영상매체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스타」,그리고 「대중」이다.
26일 마지막회를 내보낸 MBC-TV의 16부작 미니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오늘날의 TV와 스타,그리고 시청자인대중들과의 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되짚어볼 계기를 마련해준 듯 싶다.6월6일 첫방송이 나간 직후 이 드라마의 주인공 강풍호역을 맡은 신인탤런트 차인표는 모든 활자매체의 연예면을 그의 우수에 찬 얼굴로 뒤덮어 버렸다.방송史에 「차인표의 亂」이라 기록될 정도의 그의 인기돌풍은 곧바로 시청자 지지율 상승으로 가시화되었고 뒤따라 그의 이미지만들기 에 조력했던 은목걸이.가죽재킷.오토바이 심지어 색소폰 판매상까지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는 조금은 과장된 보도도 있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제작자가 이루어낸 경이적인「스타 만들기」전략은 작품과 상품사이의 긴장을 조금도 해이하게 할 수 없는 오늘날의 방송제작 풍토에서 하나의 전범으로 남을 것이다.
이 작품에는 서술적인 산문정신보다 감각적 이미지즘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화면을 구성하는 산뜻한 도회적 영상과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만치 빈번히 개입하는 감각적 배경음악은 詩性을 지닌최근 연출의 흐름을 뚜렷하게 확인시켜 준다.『사 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차인표는「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는 시인」이 아니라「백마타고 오는 초인」이었다.그에게는 아름답고 건강한 육체와 함께 자본주의 사회의 호신부라 할만한 재력이 있었다.더구나 귀여운 유리구두 아가씨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우수에 찬 눈빛과그윽한 사랑까지 듬뿍 지니고 있었음에랴.
TV와 스타 그리고 대중 가운데 가장 덜 경쟁적인 것은 오히려 대중쪽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중은 결코 스타를 독점하려 하지 않는다.열광하는 자들을 보라,그들은 함께 소리지르고 있다.그들이 잃어버린 신화,그들이 회복해 공유할 수 있는 꿈으로서의 가치창조를 TV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주철환〈MBC-TV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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