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하게 자라는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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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찌는 더위와 목타는 가뭄에 내린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처럼 들리는 신선한 뉴스가 있다.39명의 어린이들이 열하루를 걸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왔다고 한다.가만히 있기조차 힘든 폭염속을 하루에 1백리씩 걸어서 국토를 종단한 이들 「국토 도보 탐험대」 어린이들의 끈기와 용기에 새삼 놀란다.온실속의 화초처럼 커왔다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가 이처럼 건강하다는사실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얼마전에는 서울 덕수국교 전교생이 6.25고난체험을 위해 한강을 헤엄쳐 건너 무언가를 보여주더니 이번엔 아홉살배기 소년이아버지를 따라 알프스 3대 암벽중의 하나인 4천4백78m의 마터호른봉을 정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또 들린다.
국민학교 전교생의 한강 건너기 장면을 대견스럽게 보고,폭염속의 천리길 행군에 경탄의 눈길을 보내며,최연소 알프스 정복을 한 소년을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의 교육 이념이 知.德.體를 고르게 연마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실상은 德과 體를 무시한 암기위주의 지식교육에만 전념했다는 반성 때문이다.心身의 건강과 예의.질서.봉사정신을 길러줄 德과 體의 교육을 이젠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 사와 학부모사이에서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좋은 증거라고 본다.
人性교육을 무시한 무자비한 스파르타식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하는게 아니다.과보호 상태에서 불균형 교육으로 비뚤어져 가는 연약한 우리의 자녀들을 육체적으로,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키워야할 책임을 다시 확인하자는 말이다.
자연속에서 땀 흘리며 실천적으로 배우는 교육이 얼마나 값진가.부르튼 발을 감싸고 서로를 격려하며 힘든 고갯길을 넘을 때 이들은 참다운 우정과 강인한 의지가 무엇인지를 저절로 배웠을 것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강하게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학교와 학부모의 일치된 의견으로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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