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中生 39명 폭염속 천리길행군-부산~서울 11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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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너무 더웠어요.하지만 뜨거운 햇볕아래 길가에서 피는 꽃들이그토록 아름답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친구들끼리도 서로 도우며 많이 친해졌습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초롱한 눈망울로「천리길 행군」소감을 말하는 李定炫군(11.서울우면국교4).부산~대구~상주~증평~서울에 이르는 4백50㎞를 10박11일간 걸어온「국토 도보 탐험대」의 최연소 대원이다.
탐험대는 우면.서래국민학교와 서일중학교등 서울서초구 관내 14개교에서 참가한 39명의 국4~중1 학생들로 부모의 과보호속에 자라나는 온실속의 화초보다 들녘의 들꽃을 선택했다.
『행군 기간중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모가 찾아와도「아저씨」「아줌마」로 부르게 하더군요.「엄마」「아빠」라 부르다 긴장이풀리면 바로 낙오하니까요.지원차 내려왔던 어느 아버지는 딸이「아저씨」라 부르니까 애가 더위를 먹어 이상해진게 아니냐며 울먹이기도 했어요.』 행사기간 내내 지원조로 행동을 같이 했던 학부모대표 鄭惠淑씨(39.여.서초구서초동).
탐험대를 괴롭혔던 것은 역시 90년만의 폭염.일사병등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오전3시부터 행군을 시작했다 한낮에 쉬고 저녁때행군을 재개,하루 10여시간씩 평균 40㎞를 걸었다.
행사를 주관한 우면국교 金志默교장(56)은『잘먹고 편안하게만자라 어려움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절제와 인내를 가르쳐주고싶었다』고 말한다.부산에서부터 함께 걸어올라오느라 발이 부르트고 목이 잠겼지만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행군 을 마친 학생들이 대견하기만 한 기색이다.
25일 오후 우면국민학교에 무사히 도착한 탐험대는 26일 새벽 청와대로 출발,金泳三대통령과 조찬을 함께 한후 해산했다.이아이들은 올 여름에 배운 克己라는 단어를 평생 기억할 것이다.
〈金昌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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