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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르완다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찍이 英國의 역사학자이자 국제정치학자인 에드워드 H 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민족주의가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이념이라고 주장했다.그래서 민족주의에 의한 전쟁을 방지하기위해선 작은 민족국가 대신 몇몇 커다란 多民族 집합체를 형성,그 내부의 권력집중을 통해 민족주의의 위험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카의 이같은 주장은 어디까지나 이론일뿐 민족간의이기주의는 항상 복잡하게 얽혀있어 현실적으로 融和를 이루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민족간의 이기주의가 끊임없이 맞부딪쳐 줄곧 비극적인 사태를 연출해온 대표적 예를 아프리카 르완다의 경우에서 쉽게 볼 수 있다.지배와 피지배의 논리는 報復의 악순환을 불러왔고,그것은 수십만명의 大虐殺로 이어졌다.다수종족인 후투族과 소수종족인 투치族간의 30여년에 걸친 이같은 殺戮경쟁은 언젠가는 두 種族의씨를 말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이미 59,63,73년 세차례에 걸친 충돌로 수만명이 목숨을잃었지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이제까지의 주기적 충돌에서 피난처의 역할을 훌륭히 해냄으로써 많은 인명을 구했던 가톨릭 교회조차도 이번에는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으로 대변된다 .피난처의 역할을 해내기는 커녕 지난 4~5월중 자행된 후투族의 투치族 대학살때는 정부관리들이 의도적으로 투치族을 가톨릭교회에 밀어넣고집단 학살했다는 것이다.
그때 카바론도 지역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한 神父는 『市長이 교회안의 인명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의 책상 위에는 「죽어야 할」그 지역 모든 투치族의 명단이 놓여있었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두 種族간의 투쟁으로 목숨을 잃은 수십만명의 사람들에게 다른 종족에 의해 지배받기 싫고 억압받기 싫다는 의식은 있었을지언정 과연 목숨을 버려서라도 종족을 보호하겠다는 민족의식같은 것이 있었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들은 한낱 지배놀음의 희생자들일 뿐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內戰을 피해 자이르의 접경도시 고마로 피난온르완다人의 난민촌에 콜레라가 만연해 8만여명이 감염되고 7천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이쯤되면 남의 일이랄 수가 없다.「地球村」의 의식으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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