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창립 기념으로 열린 ‘J-CHINA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중국공산당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수룽 교수, 추리번 편집장, 정융녠 교수, 정재호 서울대 교수(사회),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전성흥 서강대 교수, 한석희 연세대 교수. [사진=박종근 기자]
덩샤오핑 등장하면서
혁명통치 → 행정통치 전환
후진타오부터 정치통치
중국공산당은 설립 이후 '혁명통치(혁명당)'→'행정통치(행정당)'→'정치통치(정치당)' 등 3단계 발전과정을 거쳐왔다. 혁명통치 시기 공산당의 목표는 체제변혁이었다. 건국 이전에는 지주 자본가 등에 대한 혁명을 주도했고, 건국 후에는 인위적으로 정해진 적대계급에 대한 혁명을 진행했다.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이 그래서 벌어졌다.
후진타오(胡錦濤) 체제 출범 이후 최소한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당의 제2차 변화를 위한 방향이 제시됐다고 판단된다. '사회주의의 새로운 물결'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후진타오는 사회평등, 인본주의(以人爲本), 조화로운 발전 등 새로운 방식으로 이념을 실현하고자 한다. 유럽식 사회주의와 유사하다. 그러나 앞으로 공산당이 갈 길은 멀다. 당과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수립, 시장경제 발전에 따라 파생된 다양한 계급을 흡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토론자로 나선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정융녠 교수가 주장하듯 공산당의 자기혁신과 개혁만으로는 오늘의 중국공산당 위기를 극복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내에서도 시장경쟁이 도입되고, 당과 의회(전인대)가 상호 균형을 잡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중국공산당이 내세우고 있는 사회주의는 더 이상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당 내부의 통합과 당노선의 정당화 수단에 머물고 있다"며 "후진타오의 지도 노선인 '과학적 발전관' 역시 이론 기반이 섬세하지 않고 내용도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경제발전 속 정치개혁 더뎌
연간 8만 건 시위 발생
당 정통성 위기 직면 우려
중국 정치는 '화단(花旦)정치'와 '손오공 사회'로 비유할 수 있다. 화단은 경극(京劇)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으로 항상 종종걸음으로 움직인다. 후진타오 개혁은 화단을 닮았다. 그는 화단처럼 종종걸음으로 전진할 뿐 삼국지의 관우처럼 개혁의 칼을 휘둘러 폐단을 뿌리뽑지는 못한다.
'화단의 정치'는 경극에 흔히 나오는 또 다른 인물인 '무장(武將)'의 움직임에 대처해야 한다. 중국 정치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는 말처럼 군대의 장악과 전면적 통제가 중요하다. 군대 소장세력들은 최근 대만 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용적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후진타오는 다른 파벌의 압력으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지 못할 경우 내부 지지세력을 모으기 위해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력 계승도 문제다. 후진타오가 자신이 지정한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줄 수 있을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리커창(李克强)랴오닝성 당서기가 순조롭게 권력을 넘겨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 정치의 또 다른 위협 요인은 바로 1억6000만 명에 달하고 있는 네티즌이다. 이들은 마치 천궁을 활보하고 돌진하는 손오공처럼 인터넷과 휴대전화 세상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 통제가 잠깐이라도 느슨해지면 온갖 재주를 부리며 은폐된 진상을 적발, 폭로하기도 한다. 중국 언론들이 집단 소요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손오공들은 댓글이나 e-메일, 블로그 등을 통해 이를 전달하고 있다.
한우덕 기자
◆중국공산당 =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주역이자 현재 중국을 통치하고 있는 실질적 독재(專制)정당이다. 1921년 7월 1일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 7240만 명의 당원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정당이기도 하다. 이 중 35세 이하의 당원이 1690만 명(전체의 23.3%)에 달할 만큼 젊어지고 있다. 또 전체 당원 중 화이트칼라(경영진과 기술인력 포함)가 21.4%를 차지해 사회.경제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 360만 개의 기층 조직(당지부 및 당위원회)를 두고 있다.
'반대' 외치던 중국 외교
이젠 평화·발전 강조
최대 걸림돌은 대만문제
◆추수룽(楚樹龍) 칭화대 교수
서방에선 중국의 굴기를 빌미로 중국 위협론을 거론한다. 중국의 굴기는 군사적 굴기가 아니다. 경제적 굴기일 뿐이다. 국방비가 최근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봐야 한다.
일각에선 중국이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세력 판도를 흔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10년, 아니 30년 전부터 이미 세계 대국이었다. 인구와 영토 등에서 대국이었지만 경제력이 대국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부상은 대국으로서의 미진한 부분을 채우자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판도를 흔들 이유가 없다.
또 국제 사회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능력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름)가 중국의 주요 외교 전략이라고 말한다. 힘이 부족하기에 조용히 역량을 비축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해다. 덩샤오핑은 80년대 말 동유럽의 몰락을 보며, 사회주의 국가 붕괴에 대한 일부 중국인의 상실감을 염두에 두고 이 말을 했을 뿐이다.
17차 당 대회가 개막되지만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총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연히 평화와 발전의 외교 노선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대만 문제와 미국의 부정적인 대중 전략이 중국의 평화와 발전 외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토론에 나선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최근 중국 외교의 특색은 점차 세련되고 교묘해진다는 것이다. 여러 방식으로 서방의 대중국 우려를 희석시키려 한다. 그러나 서방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중국의 비민주화 때문이 아닌가"라는 반론을 펴면서 "이미 대국이라는 주장도, 나중에 대국이 되니까 합리화 차원에서 한 말이 아니냐"고 말했다.
유광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