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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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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치 수준은 민도(民度)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한데 중국은 약간 예외다. 정치가 국민을 끌고 가는 게 대세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대략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여전히 낮은 민도다. 전체 인구 13억 명 중 8억 명 이상이 농민이다. 이들 가운데 30% 정도는 고향 땅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농민 가운데 40% 정도가 초교 졸 이하고, 문맹률도 20%나 된다. 둘째는 중국 특유의 집단지도체제다. 독재자 단독이 아닌, 여러 명의 지도부가 결정하니 국민이 승복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일부에서 집단 지도체제는 곧 집단 독재, 집단 부패며, 따라서 승복은커녕 반감만 키워 왔다고 주장해 왔다. 부분적으론 맞다.

그러나 적어도 이젠 달라졌다.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집권 이후 시동이 걸린 정풍(整風)과 개혁이 제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풍과 개혁의 정점이 바로 이달 15일 열리는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7대)다. 당 대회는 우리로 치면 대선(大選)이다. 앞으로 5년간 당을 이끌어 갈 지도부를 뽑기 때문이다. 당이 국가와 군을 영도하는 중국에서 당 총서기는 국가 최고권력자다.

17대가 개혁의 정점인 이유는 두 가지다. 연경화(年輕化: 연령이 낮아지는 것)와 전문화다. 당과 군의 지도부는 이 원칙에 맞춰 ‘21세형 리더십’으로 새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우선 연경화를 보자. 당 최고권력기관인 정치국의 9인 상무위원이 5년 전 16대에서 발탁됐을 때 평균 연령은 62.1세였다. 17대 상무위원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지만 ‘후(胡)·우(吳)·원(溫)+6’ 설이 가장 유력하다. 즉 현 정치국 내 권력 1, 2, 3위인 후진타오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제외하곤 전원 교체된다는 얘기다. 후-원 체제의 견고한 확립을 위해 후 주석의 강력한 라이벌인 쩡칭훙(曾慶紅) 부주석의 용퇴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6인이다.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현재로선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遙寧)성 서기, 장더장(張德江) 광둥(廣東)성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성 서기, 위정성(兪正聲) 후베이(湖北)성 서기,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시 서기, 왕러취안(王樂泉) 신장위구르 자치구 서기 등 6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커창·리위안차오·시진핑은 50대다.

후 주석이 1992년 50세의 나이로 정치국에 진입한 이래 50대 상무위원은 처음이다. 위정성·장더장·왕러취안도 60대 초반이다. 상무위원의 평균 연령은 60.5세로 낮아진다. 정치국 상무위원을 사실상 50대가 장악하는 셈이다. 설사 이 명단에 약간의 변동이 있더라도 연경화의 대원칙은 흔들지 않을 공산이 크다.

17대를 앞두고 8월 말까지 진행된 전국 31개 성의 서기·성장의 인사를 봐도 이 원칙은 분명하다. 서기의 경우 3세대 후기로 분류되는 1941~43년생은 2명에 불과하다. 대신 4세대 전기인 44~49년생은 17명, 4세대 중기인 50~56년생은 11명으로 대세다. 성장은 3세대 후기 인사가 한 명도 없다.

연경화와 전문화는 군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장으로 발탁된 천빙더(陳炳德)를 비롯한 7대 군구 사령관이 전원 50년대 출생자다. 60세 이상은 4개 총부(총참모부·총정치부·총후근부·총장비부)와 공군, 제2포병(전략미사일부대) 및 7대 군구 사령관에서 사라졌다. 인물 발탁의 원칙은 ‘복합형 지휘인력’이다. 첨단 무기체계가 동원되는 입체작전을 이끌 수 있는 인재가 우선이다.

결국 중국은 17대를 앞두고 당·군·지방행정을 젊은 전문가 그룹으로 완전히 물갈이한 셈이다. 21세기의 새로운 중국을 이끌어 갈 21세기형 리더십의 확립이다.

한국도 곧 대선과 총선을 맞게 된다. 젊고, 신선한 비전이 있는 21세기형 지도자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진세근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