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가뭄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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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옛날부터 지금의 全羅南道 谷城과 長城 일부 지역에서는 신성하고 엄숙해야 할 祈雨祭에 역행하는 이상한 풍습이 있었다.가뭄이극심하면 동네 부녀자들이 총동원돼 기우제를 올리는 祭壇 둘레에빙 둘러앉아 일제히 放尿한다는 것이다.오줌이 바다를 이루고,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진동하게 되면 하늘에서 이를 지켜보던 天神과 雨神이 크게 노해 즉시 비를 내려 그 일대를 깨끗이 씻어 주리라는 기대가 이같은 풍습이 생기게 된 배경이다.
세계 어느나라의 民俗史에서도 기우제에 역행하는 이런 풍습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바꿔 말하면 가뭄이 극심할 때 우리 민족의「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세계 어느 민족의 그것보다 더 절실했다는 얘기가 된다.다른 한편으로는 王이나 지방 首令들이 祭主가 되어 치러지는 기우제에 별 효험이 없을때 이를 야유하기 위해 그같은 풍습을 만들어 냈다는 說도 있다.
다른 민족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韓民族이 기우제를 지내기 시작한 것은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국민들은 물론 爲政者 자신들 조차도 오랫동안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것은 정치를 잘못한탓이라 생각한게 보편적 정서였던 것이다.국가적 차원에서는 王이,각 지방에서는 그곳의 우두머리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직접 祭主가 되어 기우제를 지냈던 것도 가뭄과 정치의 상관관계를대변해주는 대목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할대로 발달한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어처구니 없기까지 하지만 20여일동안 계속되는 불볕더위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가뭄이 계속되는 동안 국민들의 고통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정치의 몫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곧 정치가 가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는 더 커질 수도,더적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朝鮮朝의 李瀷이나 丁若鏞같은 학자들이 형식적인 기우제 보다는가뭄에 대응한 善政을 베푸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 것도그와 맥을 같이한다.엊그제 求禮에서는 郡守 주재로 기우제가 올려졌고,전국 곳곳에서 공무원과 군인들이 동원돼 가뭄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가뭄대책이 시원치 않다고 여기저기서 야단이다.이러다간 기우제에 역행하는 放尿풍습이 다시 등장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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