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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고분자 생각하는 소재 탄생 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카가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차의 외관은 일반 차량과 다를바 없지만 안을 뜯어보면 놀라울 정도다. 차체는 고분자 발포체로 만들어져 충돌하더라도 충격에너지를 흡수,운전자에게는 큰 피해가 없다.더욱이 이 고분자 소재는 무게도 가볍고 불에도 타지 않는다.그래서인지 이 차는 다른 차보다 2배이상의 속력을 내면서도 안전하게 달리고 있다 .
차가 한참을 달리자 투명한 차유리가 갑자기 선팅된 유리로 바뀐다.투명유리에 光특성 고분자 가루를 입혀준 스마트 윈도(smart window)이기 때문에 햇빛이 계속 내리 쬐자 색깔이저절로 변한 것이다.
핸들 앞쪽의 계기판은 청색발광 고분자재료로 만들어졌다.시동이걸려 에너지가 전달되면 계기판이 눈에 피로감을 주지않는 파란빛을 띠면서 환해진다.심신에 가장 쾌적한 운전공간을 만들어 주는것이다. 이제 20대 미모의 운전자 K양을 보자.평소 심장이 안좋던 그녀는 얼마전 인공심장으로 바꾸었다.혈관의 일부도 인공혈관으로 연결돼 있다.이들 인공장기는 생체의료 고분자로 만들어져 부작용이 없다.6~7시간 운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좋아하던 수영.테니스등 운동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거뜬히 해낸다.
당뇨도 약간 있는 K양은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인슐린을 보충받아야 한다.그렇지만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약을 붙인다.혈당을 자동으로 체크하는 생체친화성 고분자 화합물로 만들어진 약물전달체가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그때 그때 피부를 통해 체내로 침투시켜 준다.
장시간의 운전을 마친 K양이 목적지에 도착했다.오랜 시간 앉아있었는데도 입고있던 스커트나 블라우스가 전혀 구겨지지 않았다.고분자 화합물인 고탄성 섬유로 만들어진 옷이기 때문에 구김이없고 체형에 맞게 천이 늘거나 줄어 날씬한 그를 더욱 돋보이게한다. 영화속의 얘기 같지만 기능성 고분자가 각종 제품의 소재로 사용돼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시대가 곧 다가올 전망이다. 소재산업의 新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갈 기능성 고분자는 이제 신변잡화에서부터 첨단 우주항공제품의 소재로까지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에따라 세계적으로 새로운 기능성 고분자를 개발키위한「소재전쟁」도 불을 뿜고 있다.
美國은 89년 첨단기술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이중 첨단기능소재 22개를 선택,집중개발중이며 유럽연합(EU)국가들은 86년부터첨단소재기술 연구계획(EURAM)을 1,2차에 걸쳐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 나라들은 기능성 고분자의 최고수준인 지능형 고분자 개발에도 착수,앞으로 1세기 안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소재의 탄생도 점쳐지고있다.이들 선진국에 비해 20~30년정도 소재산업이 뒤떨어진 우리나라도 최근들어 기능성 고분자의 개발대열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등 전국 13개대학 교수 37명이「기능성 고분자연구센터」를 설립,차세대 첨단소재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한국화학연구소가 내년부터 2000년까지「차세대 산업선도 화학기능소재개발」계획을 추진 할 예정이다.
한국화학연구소 고분자소재연구부 崔吉濚박사는『우리나라는 인공장기등 일부 생체적응 고분자소재는 개발된 바 있으나 전체적 기술수준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앞으로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등에서도 이 분야 기술개발에 힘쓰지 않으면 21세기에 는 소재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기능성 고분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金鍾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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