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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20대 한국인 화가 獨미술계 '샛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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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 그림을 보겠다고 독일 사람들이 화랑 밖에서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네요."

지난달 31일 베를린 샬로텐부르크구역 몸젠슈트라레 34번지 미하엘 슐츠 화랑. 지난해부터 독일 화단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재독 화가 서수경(27)씨는 이날 세번째 개인전 '독일에서 내가 꾸는 꿈'이 성황리에 끝나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화랑 대표인 슐츠씨는 "20대의 젊은 화가가 단기간에 독일에서 인정을 받은 사례는 徐씨가 유일하다"면서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27점이 모두 개막도 하기 전에 다 팔렸다"고 놀라워했다. 화랑 측은 徐씨의 개인전에 6주간 3천여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귀띔했다.

徐씨의 전시회는 독일 언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일요판, 일간 디 벨트, 베를리너 차이퉁 등 유력지들이 앞다퉈 보도할 정도다. 미술 전문지인 쿤스트차이퉁은 "조만간 스승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29일 한국 관련 특별결의안이 통과된 연방 독일하원 본회의장 발언에서 하르트무트 코쉬크 의원은 "徐씨의 전시회가 한국과 독일 간의 문화적 공생(共生)을 탁월한 방식으로 그려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광주의 조선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徐씨는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면서 2000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베를린의 예술대(UdK)에서 신표현주의의 대가로 꼽히는 게오르크 바셀리츠 교수를 만나면서 국제적인 화가로 다시 태어났다. 불과 3년 만에. 그녀가 말하는 성공의 비결은 뜻밖에 단순했다.

"교수님이 유럽 화풍을 흉내내지 말고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라고 충고했어요. 그래서 한국식으로 제가 보고 느낀 감정을 그대로 화폭에 옮긴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

徐씨는 올해 베를린에 이어 뒤셀도르프.레겐스부르크.에어푸르트 등 독일 내에서 활발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또 5월에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세계 무대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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