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뱀에 쏘이거나 물리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등산의 계절 가을. 등산은 스트레스를 풀어 주고 심폐 기능을 높여 주는 훌륭한 운동이지만 두 복병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벌과 뱀이다. 올해는 벌에 쏘여 화를 입은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지난달엔 추석을 앞두고 벌초 가던 80대 노인이 벌에 쏘여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꽃무늬옷 등 밝고 요란한 색 옷은 피한다. 가급적 흰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벗어두었던 옷은 입기 전에 잘 살핀다. 향이 강한 향수·스프레이·화장품은 벌을 부른다.

 꽃밭·과수원·쓰레기장 주변은 벌이 자주 출현하는 장소. 멀리 하는 게 상책이다. 등산할 때는 원터치 캔 음료를 되도록 마시지 말자. 먹다 남은 음식은 반드시 덮어 둔다.
 벌이 가까이 접근하면 벌이 놀라지 않도록 한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자세를 낮춰 천천히 피한다. 벌이 차에 들어왔다면 창문을 살짝 열어 날아가게 한다.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는 “벌에 쏘였다면 독침 제거가 급선무”이며 “핀셋을 이용해선 안 되고 손톱이나 신용카드 등 납작하고 딱딱한 도구를 이용해 밀어내면 쉽게 벌침을 빼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린 부위는 찬물로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찬 물수건이나 암모니아수를 적신 수건으로 감싸준다. 그러면 가려움증·부기가 줄어든다. 벌에 쏘인 뒤 구토·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면 벌독에 의한 과민 반응일 수 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과민 반응은 물린 뒤 대개 30분 내에 시작되나 3일이 지난 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가을 산행 도중 뱀에 물리는 것도 큰 낭패. 국내엔 14종의 뱀이 있다. 이중 살모사 등 3종만 독사다. 살모사는 수가 가장 많고 500m 이하의 산기슭·밭두렁 등에 주로 서식한다. 따라서 살모사에 물리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등산하면서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수풀·잡초가 우거진 곳·늪지·냇가·나무 덤불·버려진 건물·바위·나뭇가지 등에 뱀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특히 통나무·담장을 넘을 때나 웅덩이·좁은 틈을 지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뱀이 다가오면 천천히 자리를 뜬다. 뱀이 방향을 틀면 그대로 둔다. 죽은 것 같은 뱀도 절대 만지지 않는다. 뱀은 사전 예고 없이 공격한다.

 산재의료관리원 창원병원 가정의학과 추창헌 과장은 “뱀에 물리더라도 흥분해서 걷거나 뛰어선 안된다”며 “그러면 독이 더 빨리 퍼진다”고 조언했다. 물린 사람에게 먹거나 마실 것을 주지 않는다. ‘응급 처치를 한다’면서 물린 부위를 십(十)자로 절개하거나 입으로 독을 빠는 일(입속의 세균 감염 위험)은 백해무익이다. 지나치게 세게 묶거나 얼음 찜질을 하거나 물린 상처에 된장·소주를 바르는 것(통증과 감염 위험 증가)도 잘못된 대처법이다. 그보다는 지체없이 병원에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