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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초대석] ‘이머징 마켓의 개척자’ 마크 모비우스 끼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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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23면

신동연 기자

“중국 등 일부 이머징 마켓에 거품이 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물경제를 보고 길게 투자하면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다.”

“中 증시 올림픽 뒤에도 큰 걱정 없다”

지난달 1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 이후 이머징 마켓의 주가가 일제히 뛰고 있다. 하지만 결국 거품이 꺼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SUNDAY는 이머징 마켓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마크 모비우스(71·사진)를 최근 인터뷰했다. 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 템플턴의 이머징 마켓 총괄 사장으로, 35개 펀드의 370억 달러(약 34조원) 투자를 지휘하고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머징 마켓의 피리 부는 사나이’로 불린다. 독일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따온 말이다. 동화 주인공이 피리 소리로 아이들을 몰고 다니듯이 그도 이머징 마켓 투자자들을 몰고 다니며 쥐락펴락한다는 의미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꼿꼿하게 상승한 중국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 먼저 물었다.

“많은 사람이 요즘 중국 증시에 거품이 끼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의견에 일부 동조한다. 거품은 언젠가 걷어내고 가는 게 시장의 생리다. 중국 증시는 베이징 올림픽(내년 8월) 직후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이 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정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런 낙관론의 배경은 무엇일까. 실물경제의 성장에 앞서 거품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가 워낙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거품의 상당부분이 현실로 굳어져 실제 걷어낼 거품은 많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1988년 이후 이머징 마켓의 호황과 조정기간을 예로 들었다. 멕시코 경제위기(95년), 아시아 금융위기(97년), 러시아 채무불이행(98년) 등 큰 사건이 이머징 마켓을 뒤흔들었고, 이때마다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하락기간은 평균 6.5개월 정도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강세장은 몇 개월 지속되는 줄 아는가. 21.4개월이다. 그렇다면 언제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보는가.”

모비우스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는 “돈 생기면 그때그때 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언제 떨어지고 오를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 투자해놓고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는 뜻이다. 그는 “투자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 낫다”고 강조했다.

모비우스는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증시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고 기다리면 결국 수익을 낼 것이라고 했다.

“중국 경제의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개발 안 된 땅덩이가 아직 널려 있다. 이곳저곳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올림픽 뒤에는 2010년 상하이 박람회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투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내 고성장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

중국 증시의 일시적인 급락이나 경제성장률의 단기적인 둔화에 민감하지 말라는 얘기다. 서구인들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1960년대 말 일찌감치 이머징 마켓을 활동무대로 선택해 외환위기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장다운 충고로 들렸다.

미국 등 각국의 금리정책이 이머징 마켓에 미칠 파장을 물었다. “이머징 마켓은 미국 등 선진국 금리보다 자기 나라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어지간한 긴축에는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 중국이 대표적인 예다. 더구나 브라질과 러시아는 지난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뒤 아직 올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만과 인도도 비슷하다.”

미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이머징 국가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도 그럴까.

“지난 2005년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물론 중국은 미국에 수출할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주변국들에서 중간재와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내수도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 이상만 된다면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1%대로 떨어지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제 원유값이 다시 고공 행진하고 있다.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머징 마켓에 미칠 영향이 궁금했다.

“1992년 이후 이머징 마켓의 주가와 원자재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움직여왔다. 요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주가도 오름세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제가 활기 있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원자재값이 자원 보유국들의 담합이나 시장의 투기세력에 의해 과도하게 오르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실제 그가 운용하는 펀드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러시아 노릴스크 니켈과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중국 석탄 등을 대거 편입하고 있다. 은행과 이동통신 업종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그는 인수합병(M&A) 관련주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머징 국가 기업들이 그동안 지역 내 회사를 주로 사들였지만 지난해 이후 미국·영국 등 선진국 기업도 거침없이 인수하고 있다. 새로운 현상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상장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가운데 경영자가 여러 기업을 끌고 갈 능력이 있는 기업을 잘 고르면 큰 재미를 볼 수 있다.”

나라별로는 어디를 좋게 보고 있을까. 그는 투자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인지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대만과 태국은 개별 종목보다는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높아질 경제성장률을 따라 시장 전체가 상승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특히 대만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개별 종목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체의 수익률에는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면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노 코멘트”라며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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