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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인터뷰 “중국 A주식 거품 심각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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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9면

신동연 기자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넘었던 지난 7월 25일, 투자자들의 마음은 들떴고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축제 분위기에 싸였다. 이날 오후 중앙SUNDAY는 미래에셋 박현주(사진) 회장과 인터뷰했다. 그런데 그는 “낙관론이 지나치게 팽배한 게 걱정된다”는 말부터 불쑥 꺼냈다. 그러곤 “주가가 계속 오를 수만은 없는 법이다. 부침이 있겠지만 장기 투자로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증시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그의 걱정은 이내 현실로 나타났다. 7월 27일부터 곤두박질한 코스피지수는 마침내 8월 17일 1638까지 떨어졌다.

모두가 오른쪽을 볼 때 왼쪽을 본다는 그의 오래된 투자원칙이 돋보이는 순간은 8월 중순 다시 포착됐다. 8월 16일과 17일 이틀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코스피지수는 180포인트나 급락했다. 외국인들이 연일 1조원어치씩 순매도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공포에 떨며 숨을 죽여야 했다.

그런데 이 순간 홍콩에 있던 박 회장은 “이제 주식을 살 때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들에게 전했다. 그는 신중했지만 자신감에 차 있었다. 미래에셋은 당시 이틀 동안 1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주가는 반등해 마침내 10월 2일 2000고지를 다시 밟았다. 코스피지수가 2014를 기록한 2일 그를 만나 주가지수 2000시대를 맞이한 투자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그는 중앙SUNDAY의 설문 결과 ‘지수 2000시대를 이끌 인물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최고 리더 자리에 있는 그는 “주식으로 재산을 불리는 시대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해외투자 비중을 국내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가지수 2000대 안착한다”

먼저 최근 주가 흐름에 대한 박 회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지난 8월과 같이 주가가 다시 미끄러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있는데.

“이번 상승은 한결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7월에는 제대로 된 조정도 없이 주가가 줄곧 올랐고, 서브프라임 문제도 잠복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상승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홍역을 겪은 끝에 나온 것이어서 가치가 다르다. 조정을 거치면서 시장의 체력은 보다 강해졌다. 지난번과 같은 주가 폭락 사태는 없을 것 같다.”

-투자를 망설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지금 증시에 뛰어들면 막차를 타게 돼 낭패를 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투자기간을 길게 잡고 잔파도(등락)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자세라면 (새로 투자해도) 괜찮다고 본다. 중간에 조정이 있다면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가가 최근 많이 오른 만큼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지수 2000 돌파로 한국 증시가 비싸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상장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상승은 이유 있는 상승이다. 비록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높지 않지만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뛰어나다. 아울러 기업경영의 투명성도 세계적 수준이다.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 증시는 비싸지 않다. 아직 상승여력이 충분한 종목이 많다. 특히 은행주는 세계적 평가기준에서 봤을 때 저평가돼 있다.”

-외국인들이 다시 주식을 내다파는 것은 아닌가.

“외국인 매도는 곧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지금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34%다. 한국 기업은 매력적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아시아 지역에서 막강한 기업을 많이 갖고 있다. 외국인 비중이 30%선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크게 줄었다.”
 
“국내4-해외6 비율이 황금 포트폴리오”

박 회장은 요즘 해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다. 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인도 등의 현지 운용·영업망이 점차 뿌리를 내리자 이번에는 유럽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10월 중순부터 한 달여 동안 유럽을 돌며, 현지 진출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요즘 ‘해외 펀드=중국 펀드’로 인식될 정도로 자금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3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형펀드에 5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69%에 해당되는 규모다. 후유증은 없을까.

“중국 A주식(내국인 전용 주식)에 염려스러울 정도로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을 인정한다 해도 거품이 심하다. 중국 A주 주가에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 이미 반영돼 있다. 따라서 성장성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가 거품이 아니다는 식의 분석은 틀렸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A주식은 부침이 예상된다. 다만 H주식(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주식)은 A주식에 비해 30~40%가량 싸게 거래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인다.”

-길게 보면 어떤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자금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향후 20~30년을 내다본다면 중국과 인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펀드는 꼭 일부분 편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외자산 비중은 어느 정도 갖고 가는 게 좋은가.

“금융자산 비율을 국내 4, 해외 6으로 꾸릴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 투자자들은 짧은 시간에 국내외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넓혀 이미 선진적인 자산구조를 갖게 됐다. 다만 해외자산이 중국과 인도에 지나치게 몰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유망지역은 어디인가.

“요즘 유럽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서유럽과 동유럽에 자산 일부를 투자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이들 지역은 그간 주가 상승 대열에서 빠져 있었다. 동·서유럽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에 비해 너무 싸다.”
 
“유행 따른 투자는 피해야”

-박 회장께선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곳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투자자들을 보면 남들이 돈을 벌었다는 얘기에 솔깃해 별생각 없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철저한 자료분석 없이 남들 따라 하는 투자가 아직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다. 올 연초에 일본 펀드에 5조원가량의 돈이 들어갔다. 이는 금융회사 판매창구에서 일본 펀드를 많이 권한 데 따른 결과다. 당시 일본 증시는 선진국 시장에서도 비싼 시장이었다. 기초 자료를 챙겨봤더라면 그렇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금리상승이 예상되는데도 리츠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모든 게 유행에 따른 투자 결과다. 시장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투자자들에게 그만큼 큰 수익을 안겨준다.”

-최근 한 강연에서 그림 투자를 비판했다는데, 이것도 유행에 따른 투자인가.

“그림이 좋아서 소장할 목적이라면 그림 사는 것을 반대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다만 이익을 남길 요량으로 투자하는 것은 반대다. 그림은 가짜가 많고 가격형성 과정이 불투명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주가를 조작하면 감옥에 가지만, 그림 거래에서는 그런 처벌장치가 없다. 막상 팔려고 했을 때 제값 받고 제때 팔기 힘든 게 그림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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