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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친정 체제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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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 개막되는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친정 체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상하이방(上海幇)을 대표해 후 주석 견제 역할을 해온 쩡칭훙(曾慶紅.권력서열 5위) 국가 부주석의 퇴진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5일 홍콩 명보(明報)는 이번 17차 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이미 사망한 황쥐(黃菊.서열 6위) 전 부총리 외에 쩡 부주석과 우관정(吳官正.서열 7위) 당 기율검사위 서기, 뤄간(羅幹.서열 9위) 정법위원회 서기 등 3명이 퇴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쩡 부주석은 이미 사의를 당에 전달했으며 그동안 홍콩 문제를 담당해 온 쩡 부주석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 홍콩 정책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54) 상하이 당서기와 후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리커창(李克强.52) 랴오닝성 당서기, 저우융캉(周永康.65) 공안부장, 허궈창(賀國强.64) 당 조직부장이 새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후 주석과 우방궈(吳邦國.서열 2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서열 3위) 총리, 자칭린(賈慶林.서열 4위) 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창춘(李長春.서열 8위) 등 5명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명보는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은 중앙서기처 서기, 리커창은 부총리, 저우융캉은 정법위 서기, 허궈창은 당 기율위 서기를 각각 맡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국가 부주석을 누가 맡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선 리커창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그동안 정치국 상무위에 무난히 유임할 것으로 여겨지던 쩡칭훙의 퇴진설과 관련해 "상하이방과 태자당(太子黨.고위 관료의 자제)의 사실상 리더격인 쩡이 같은 계열인 시진핑을 상무위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전제로 사퇴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후 주석은 최근 시진핑의 수행하에 상하이를 방문, 시의 승진 가능성을 유력하게 했다. 후 주석이 리커창을 발탁하는 대신 쩡은 후를 견제할 시진핑을 끌어올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소식통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의 소원한 관계가 쩡의 퇴진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쩡은 장쩌민의 오른팔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장이 1989년 당 총서기로 취임해 당시 베이징방(北京幇)의 거두로 통하던 천시퉁(陳希同) 베이징 당서기를 물리치고 권력을 안정화하는데 쩡이 큰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런 장과 쩡의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가을부터다. 쩡은 당시 중앙군사위 주석이던 장쩌민에게 군사위 주석 자리를 후진타오에게 이양할 것을 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상하이방이자 장과 관계가 가까웠던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당서기 숙청과 관련해 후 주석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러나 이번 정치국 상무위 인사를 놓고 후 주석이 자칭린과 쩡칭훙 두 명 중 누구를 퇴진시킬까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자칭린이 유임하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자칭린의 유임 배경으로 장쩌민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자칭린은 30여 년 전부터 장쩌민과 같은 직장에서, 특히 이웃에서 살면서 장과는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후 주석이 먼저 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쩡칭훙과 협력했고, 이번엔 쩡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장과 힘을 합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콩.베이징=최형규.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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