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판 깰 수도 원칙 버릴 수도 없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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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사진) 후보는 4일 "마음이 처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식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신당 지도부의 '14일 원샷 경선'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 후보는 "경선 룰을 위반한 것은 민족 정당사의 오점이자 당 지도부의 폭거"라고 지도부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판을 깰 수 없다는 게 고민이고, (그렇다고 경선 룰을 중도에 바꿔) 원칙을 저버리는 것도 고민"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5일 캠프 사람들과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5일 내부 회의 후 입장을 밝힐 뜻으로 해석됐다.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그는 인터뷰에 응했다.

-경선 룰 변경에 대해선.

"나는 (오충일 신당 대표에게) '원칙을 지키십시오' 이 말만 했다. 감정이 생긴다."

-후보 간 갈등이 격화되는데 향후 봉합이 되겠나.

"(다른 후보 측에서) 넘지 못할 선을 자꾸 넘는 것 같다. 나는 늘 함께하자고 얘기해 왔다. 이러면 이해찬 후보가 손해보게 된다. 배삯을 내라고 안할 텐데 왜 (배에) 구멍을 내려 하나. 어떻게 만든 당인데…. 빌미를 준 게 통탄스럽다."

-판을 깰 수 없는 것과 경선 룰 원칙을 지키는 것 사이에 딜레마가 있는가.

"있다. 정치는 고민의 연속이다."

이에 앞서 이날 정 후보 측 의원 33명은 "지도부가 패배한 후보들의 생떼에 휘둘렸다"며 "특정 후보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당직자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원샷 경선 방침을 거부했다. 정 후보 측은 손.이 후보 진영의 불법선거 운동 의혹 13건을 제시하며 당에 철저한 조사도 요구했다.

정 후보 측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참여정부평가포럼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지난 1일 포럼 모임의 발언록을 제시하며 "이 후보 측이 정동영 죽이기와 친노 신당 만들기를 시도한다"고 공격했다. 발언록엔 "당에서 정 후보 자격을 박탈토록 해야" "(우리가 소생하려면) 정동영 출당만이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참석자들이 언급한 것으로 돼 있다. 이 후보 측은 이에 대해 "포럼 측 사람들의 얘기를 이 후보 측과 연결시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신당 내부에선 1등 프리미엄을 확보한 정 후보가 결국 당 지도부 중립과 손.이 후보 측 의혹에 대한 조사, 일부 당직자 문책 등을 전제로 원샷 경선을 수용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대세론을 장악한 정 후보가 경선 거부라는 카드를 내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채병건.김경진 기자

◆원샷 경선=6, 7일과 13, 14일 예정됐던 신당의 지역 경선을 14일 한꺼번에 실시하는 것. 신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 조정을 논의하며 이 용어가 나왔다. 신당에선 유시민 의원이 7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시민사회단체가 한 번에 결합하는 '원샷 대통합'"을 언급하며 원샷 표현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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