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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서화합으로>2.현장대화로 신뢰구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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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금성사는 87,89년 두차례에 걸쳐 극심한 노사분규 열병을 앓은끝에 무려 5천억원이라는 매출손실을 기록했다.그로부터 5년,금성사는 성공적인 노사관계로 4년간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회사를 달라지게 했는가.대부분의 관계 자들은 회사가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신뢰구축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평가한다.
이 회사 韓萬珍노경협력실장은 과장시절인 91년 5월 노조사무실에 柳在涉노조위원장에게 보내는 한통의 편지를 남겼다.경영상태와 노조에 대한 바람,위원장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내용이었다.
『노사간 쟁점이 되는 사항을 공식석상에서 맞닥뜨려 해결하려다보면 감정이 격해지거나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데 사전에 생각할시간이 주어지면 어느정도 완충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시작한 일이지요.』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답장은 없었다.그러나 韓실장은 柳위원장뿐만 아니라 노조간부들에게 계속 편지를 보냈다.
『말로 해도 될일을 가지고 쓸데없이 편지를 보낸다는 생각에서처음엔 대충 보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입장을 초월한 진심을 읽게 됐습니다.』 柳위원장과 韓실장 간에 인간적인 교류가 시작됐다.평소에는 외면과 무시로 일관하다 아쉬운일이 있어야 대화를 청하는 회사측이 크게 달라졌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李憲祖부회장과 具慈洪대표이사는 노사관계가 더이상 부정적요소의제거에 치중하는 소비적 활동이 아니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무형의 투자라는 이른바「新勞經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영진의 인간적이고 진실한 접근방법은 조합원들에게 『이제는 회사를 믿어도 된다』는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주택기금 3백83억원,의료비 지원을 위한 복지기금 15억원,먼지하나 없는 청결한 작업환경등.
근로자들은 이제『만일 李부회장이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될 것』이라고 스스럼없는 농담을 주고받는다.회사의 성의에 노조도 자연스럽게 화답했다.
지난해초 구미공장의 노조간부 3명은 전조합원이 연대서명한 생산장려금 반납결의서를 회사에 냈다.
다음날부터 모니터 생산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일하면서 부품의 설계.구매.조달등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현장사원들과 상의했다.불과 수개 월만에 라인당 하루생산량이 7백대에서 2천5백대로 늘어나 생산성증가율 3백57%를 기록했다.
만성적자였던 이 공장은 처음으로 1백60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 1월29일 회사창립 36돌을 맞아 柳위원장을 포함한 노조간부 12명이 『품질과 생산은 우리가 책임을 지겠습니다』는 구호를 외치며 등장하는 광고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이같은 끈끈한 신뢰분위기에서 가능했다.
현대자동차도 全聖元사장을 비롯한 전임원이 극심한 분규를 겪은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울산공장의 생산라인에서 한달에 두차례씩 노조간부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일로 「노조끌어안기」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17개 식당은 군대식 식판에 찐 밥 대신 솥으로 한 밥을 제공하고 메뉴도 다양화시켰다.식당내부엔 그림이 걸리고 TV세트가 설치됐으며 회사경영정보를 담은 비디오가 15분단위로 방영된다.
또 근로자 가족 전부를 돌아가면서 회사에 초청, 「현대자동차가족으로서의 일체감」을 심어주었다.
회사측의 세심한 배려는 근로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올해 분규없는 회사를만들어 낸 것이다.노동연구원 崔永起연구위원은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정착하기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와 중간관리자의 열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李夏慶기자〉 ◇도움말 주신분=裵茂基 서울대교수.宋鍾來 고려대교수.金原培 노동부공보관.全大吉 경총 노사협력부장.崔永起 노동연구원 연구위원.金容熙 현대자동차 노사협력부차장 다음회는 정부의 노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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