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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찾아가는 박물관' 공염불 안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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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만히 앉아서 손님 오기만 기다려선 안됩니다.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아니다.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지난달 30일 전국 국립박물관장회의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매년 한차례 열리는 박물관장회의는 예년의 경우 12개 국립박물관이 돌아가며 그해 예정된 사업을 보고하는 의례적인 행사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업무보고는 생략한 채 이관장의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장시간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는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박물관이 될까'였다. 이 때문에 중앙박물관 이전작업이나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박물관대회 등 굵직한 현안도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그만큼 우리 박물관이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중앙박물관만 해도 관람객 수가 지난해 20만명가량이나 급감했다(본지 1월 26일자 25면).

원인은 이미 나와 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전시내용이 딱딱하다''다양한 계층과 나이의 관람객들 눈길을 끌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편의시설이 태부족이다'등 네티즌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한 민간 박물관 운영자는 국립박물관 조직의 경직성과 홍보전략 부재 등을 거론하며 "중앙청 철거 후 중앙박물관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날 나온 대책은 한마디로 '열린 박물관'으로의 변화다. 박물관과 국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학교.단체들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설을 지역사회에 적극 개방하며 ▶박물관끼리 특별전을 상호 교류하는 등 보고 즐길 거리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관장들은 두달에 한번씩 회의를 열어 대국민 서비스 실천상황을 점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작은 좋다. 국립박물관의 권위는 거대한 신축 건물이나 차관급으로 격상된 수장(首長)의 위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자각한 듯 보이니까. 문제는 실천이다. 관장.학예사에서 기념품점 직원까지 박물관 구성원들이 철저한 '서비스맨'으로 변신하지 않는다면 모처럼의 다짐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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