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역사에 완전한 통합 없어 … 서로 다름 인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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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바스(사진) 주한 독일대사는 "통일의 여정이 결코 간단하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독일의 미래를 위한 큰 기회가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바스 대사는 "정부의 집중 투자로 동.서독 간의 격차가 크게 줄었지만 앞으로는 민간 부문의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일자리도 더 많이 생기고 국가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 옛 동독 지역 재건 투자 등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연방정부와 국민의 부담이 컸던 걸로 알고 있다. 덕분에 동.서 격차가 줄고 옛 동독 사회도 안정을 찾고 있다. 통일 17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17년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옛 동독 지역의 상황은 매우 좋아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근면성, 혁신적인 정책, 유망한 미래산업 유치 등에 힘입어서다. 이 지역에 투입된 거액의 자금은 도로와 같은 인프라 건설에 주로 쓰였다. 앞으로는 민간 자본이 많이 투자돼야 일자리가 더 창출되고 옛 동독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독일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통일 후유증이 상당히 극복된 것인가.

"통일은 독일의 미래를 위한 큰 기회가 됐다. 옛 동독 지역에는 경쟁력이 있는 산업들이 많이 유치됐고 잘 육성되고 있다. 특히 1800만 명의 옛 동독 주민들로서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나아진 상황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고, 자기 의사와 의지대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인권, 여행.언론의 자유 등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통일 당시 동독 주민들은 통일 이후에 대한 기대가 컸다. 또 서독의 임금 수준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낮은 임금을 이른 시일 안에 서독 수준에 근접하게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동독 지역의 임금이 급상승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 과정에서 파산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은 신연방주(옛 동독 지역) 기업들이 이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옛 서독 지역보다 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옛 동독 지역 기업도 있다."

-동.서 간 사회통합은 아직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완전한 통합이란 독일 역사에서 존재한 적이 없다. 정신사, 철학.정치.문화적으로도 그렇다. 독일은 항상 지역 간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그것으로 많은 이득을 얻어온 나라다. 동.서독인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살고 있다. 베시(서독인을 낮춰 부르는 말)나 오시(동독인)라는 말은 이젠 잘 사용하지 않는다."

-통독 기념일인 3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나.

"독일은 항상 남북한 간의 대화를 지원해 왔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서로 이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 정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상호 신뢰 형성에 기여하고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비핵화의 수순이 쉽게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다. 이에 대한 독일이나 유럽연합(EU)의 입장은 무엇인가.

"독일과 EU는 항상 6자회담 당사자 간의 비핵화 노력을 지원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이 배워야 할 독일 통일의 경험이나 교훈이 있다면.

"독일 통일의 교훈이라고 하면 못사는 쪽의 경제 수준을 잘사는 쪽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정치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일, 또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신속하게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인이 잘 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독일과 북한의 협력 관계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데 앞으로 전망은.

"북한과 독일의 관계에는 많은 잠재력이 있다. 이를 꽃피우려면 북한이 국제적인 여러 가지 의무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지켜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정치적인 개혁을 하거나 국가의 시스템을 바꾸는 변혁을 시도한다면 독일뿐 아니라 EU 전체가 북한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다."

-한국과 EU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EU 집행위는 한국과의 FTA 협상에 적극적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5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 개방되므로 한국의 수출기업에 호기가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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