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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라의KISS A BOOK] 미술관 가서 짝사랑만 하지 말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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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벽에 얌전히 걸려 있던 그림들이 슬금슬금 천장으로 올라가더니 이제는 하늘 꼭대기에 걸려 있다. 피카소밖에 몰랐던 문외한들까지 그림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눈앞에 아지랑이 피도록 빤히 들여다봐도 난해한 속을 보여주지 않는 무정한 그림. 언제까지 ‘몰라야 신비한 법’이라고 주눅든 채,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가격표에 입 딱 벌리고 돌아설 것인가.

다니엘 뷔렌은 “미술관만이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냐?”고 반문했다. 로지 디킨스의 『명화를 읽어주는 어린이 미술관』(시공주니어)은 그 반문에 대한 충실한 답변을 제공해 준다. ‘미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의 정의로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일까, 다양한 그림 기법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하지만 역시 예술의 핵심은 작품. 이 책 한 권이면 기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화가들의 대표 작품을 한 눈에 꿸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차근차근 살펴보고 가면, 일방통행 짝사랑만 하다가 미술관을 나서는 낭패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원론서를 뗐다면, 좋아하는 화가의 전기나 작품집을 한 권씩 정복해 보자. 샤갈, 고흐, 고갱 같은 스타들하고는 이미 친하게 지내고 있을 터니, 오늘은 비교적 덜 알려진 『조지아 오키프, 하늘을 그린 화가』(새터)를 소개한다. 저자 자넷 윈터에 의하면, 하늘을 즐겨 그린 조지아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하늘을 보기 위해 별 아래서 잠이 들곤 했다고 한다. 결국 대가의 명성이란 “네가 산을 완벽하게 그렸다고 생각하면 그걸 너에게 주겠다”는 신의 목소리를 품고 산 조지아처럼 일생을 한 가지에 미쳐 산 이에게만 주어지는 훈장이 아닐까.

이제 미술을 문학 속에서 만나볼 차례다. 마리 베르트라의 『황금붓의 소녀』(하늘고래)는 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던 17세기 스페인의 고아 소녀 마리아의 삶을 다루고 있다. 왕비의 인정을 받는 화가가 되기까지 고진감래의 고지에 도전한 소녀의 성공 스토리로 읽어도 좋고, 역사책으로 이해해도 배울 것이 많다. 시대착오적 성차별에 대한 페미니즘 작품으로 짚고 넘어가도 유익하다.

예술에의 동경이 모닥불처럼 타오르신다면, 황금붓을 들고 아이와 그림을 그려보자. 누군가 혹평을 퍼부어도 기죽을 것 없다. 고흐도 한때 이런 말을 남겼으니까.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히 본 거라고 말해주어라.”

대상 연령은 『황금붓의 소녀』는 13세 이상, 다른 두 권은 10세 이상의 어린이와 감성교육에 눈뜬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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