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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르바이트생의 아침 악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오전7시부터 오전11시까지 서울사당역 지하철2호선 개찰구에서3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는 金모양(21.Y전문대1)은 지하철 단축운행이 시작된 28일 아침「전쟁」을 치렀다.
지원나온 구청직원들은 일이 손에 안익어 쩔쩔맸고『삐삐』소리를내며 작동을 멈춰버리는 개표기 앞에서 金양 혼자 끙끙대야 했다. 봇물처럼 몰려드는 승객들을 감당치 못해 오전8시40분쯤부터개표는 아예 중단됐다.
『이봐 아가씨,왜 표를 안파는 거야.』 화를 벌컥 내며 개표기를 뛰어넘어 플랫폼으로 달려가는 사람,오지않는 열차를 기다리다 지쳐 다시 화난 얼굴로 계단을 오르는 승객들로 러시아워의 驛舍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게 사우나실이지 어디 전철인가.내꼴 좀 봐.이 모양으로 어딜 출근하겠어.』 『우리가 봉인줄 알아.자기들이 칼자루 쥐었다고 멋대로 지하철 세워도 되는 거야.』 시민들은 金양이 아무잘못이 없는줄 알면서도 누구에겐가「화풀이」를 하지 않으면 분이풀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비켜요,비켜.사람이 죽어가요.』 검은 투피스를 입은 20대임신부가 축 늘어진채 업혀가고 있었다.金양은 자신을 둘러싸고 항의하던 승객들을 밀치고 역무실로 뛰어갔다.
수건에 물을 적셔 급한대로 얼굴을 적셔주는 사이 20대 여자들이 줄지어 업혀 들어왔고 5평 남짓한 숙직실 침대 네개는 금세 꽉 차버려 나중에 온 사람들은 맨바닥에 눕힐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역장은 어디 있는 거야.』 흥분한 승객들의 항의가 또 튀어나왔다.
오전10시「교통전쟁상황」은 일단락됐지만 金양의 머릿속은 혼란하기만 했다.金양은 석달째 함께 일하며 정이 든 지하철 노조원아저씨들이 오죽하면 파업을 하겠느냐는 생각이었지만 이날 아침「지하철 파업」이 시민들에게 뭘 의미하는지 목격하 고 나서부턴 아저씨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金廷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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