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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개인들도 매장 제공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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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 지난해 여름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서 자신의 건물을 짓고 치과를 개원한 최말봉(51.서울여자치과의사회 회장)씨가 정성원(40)아름다운 가게 기획팀장과 함께 매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최씨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최근 자신의 건물 지하 35평을 가게에 제공하면서 인테리어 공사까지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미국 유학 시절 버릴 만한 물건도 다시 쓰는 그들의 검소한 모습을 우리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라며 매장 제공 이유를 밝혔다.

최씨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도 매년 한두 차례 제3세계를 찾아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물건이 어떤 곳에서는 얼마나 귀중하게 사용되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

정성원 팀장은 "지금까지 매장은 주로 대로변에 위치했지만 이곳은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면서 "지역 주민 누구나 쉽게 찾아와 물건을 제공하고 고르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2002년 10월 안국동에 첫 매장을 개장, 지금까지 12곳에 매장을 개설한 아름다운 가게에 올 들어 '아름다운 마음'이 몰리고 있다. 매장 제공 문의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매장 제공은 가게 상임이사로 있는 박원순 변호사의 개인적인 인맥과 가게 간사들의 기업체 방문 설명 등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지상 최대 벼룩시장'및 기관 임직원들이 직접 물건을 갖고 나와 판매하는 '아름다운 토요일'행사 등의 성황에 힘입어 아름다운 가게의 취지가 널리 확산됐다.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가게에 접수된 개인 및 기업들의 매장 제공 문의는 50여건에 이른다.

가게는 이 중 최씨와 기업체 네곳을 1월의 매장 제공자로 확정했다. 지난 1월 17일 독립문점에서 '아름다운 토요일'행사를 연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양재동 회사빌딩 지하 35평을 매장으로 내놓기로 전격 결정했다.

또 어릴 적부터 아껴쓰고 나눠쓰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어린이용품 전문매장 설립을 검토해온 가게 측에 때마침 웅진닷컴의 제의가 들어왔다. 노원구 중계동에 마련되는 이 매장은 오는 5월께 문을 열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일산 본사 1층 1백평을 매장으로 내놓았다. 이와 함께 출판사인 열화당도 파주 출판단지에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제의했다. 가게 측은 이 매장의 경우 영국의 유명한 헌책방 마을인 '헤이 온 와이'를 모델로 삼아 고서 및 희귀본을 위주로 하는 헌책 전문매장으로 부각시킬 예정이다.

정팀장은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매장을 50곳 이상 늘리려는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장 제공과 관련한 문의는 02-3676-1004(기획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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