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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까지 화창…회담 잘될것”/남북정상회담 실무접촉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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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홍구 통일원장관겸 부총리는 28일 오전 남북회담사무국에서 판문점으로 떠나기에 앞서『차분히 저쪽하고 얘기를 해봐야지요』라고 소감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회담전망에 대해서는『그동안의 경위로 보아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
이부총리는 먼저 사무국에 도착한 정종욱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날씨가 좋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축구도 그 정도면 됐습니다.우리민족이 역시 저력이 있더군요』라고 답변.
이부총리는 나아가『우리가 좋은 소식을 가져와야 한다』는 정수석의 말을 받아『축구는 한쪽이 이기고 다른쪽이 지는 것이지만 남북대화는 양쪽이 다 좋게 될 수 있다』고 회담결과를 낙관적으로 전망.
○…오전9시20분 판문점「평화의 집」에 도착한 이부총리등 우리측 대표단은 곧바로 평화의 집 2층 대기실로 들어가 잠시 휴식.
9시30분 1층 기자실에 들른 이부총리는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공개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오늘 그것을 협상하러 왔는데 미리 말해버릴 수 있겠느냐』며 답변을 회피.
○…북한의 김용순단장,안병수·백남준대표는 오전9시55분쯤 우리측이 보내준 그랜저승용차 두대에 분승해 회담장인 우리측「평화의 집」앞에 도착,마중나와 있던 우리측 이수석대표등과 반갑게 악수.
김단장은 이수석대표가 환하게 웃으면서 『반갑습니다』라며 악수를 건네자 역시『반갑습니다』로 화답한 뒤 1백여명의 보도진에 두손을 흔들며 회담장 안으로 입장하는 여유있는 모습.
김단장은 안·백대표를 정중하게 우리측에 소개한뒤 자신을 가리키며『나는 그냥 김용순으로 불러달라』고 말해 웃음을 유도.이에 이수석대표도『나도 이홍구로 불러달라』고 응수.
한편 25명의 북한측 기자단 일행은「판문각」에서 걸어서「평화의 집」으로 도착했는데 이들은 우리측 보도진들에『오늘 회담이 잘될 것으로 보느냐』는등 회담결과에 큰 관심을 표명.
○…남북대표들은 회담장에 착석한 뒤 우선 날씨등을 화제로 인사를 교환.
이수석대표가 먼저 『오늘 비가 올까봐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 다행』이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김단장은 『하늘이 통일사업을 돕는것 같으므로 오늘 회담이 잘될 것 같다』고 맞장구.
이수석대표는 김단장이『남쪽에도 비가 왔다는데…』라고 묻자『제주도등 남부지방에는 약간 내렸는데 중부지방에는 적게 내려 농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응수.
이수석대표는 이어『사업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진·선봉 지역에 관련된 것을 알아오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북한이 추진중인 자유무역지대에 대해 관심을 표명.
이에 대해 김단장은『7천만 겨레와 전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으므로 책임이 크다』고 화답.
남북정상회담 실무접촉 이모저모
○…북측대표중 안병수 조평통 부위원장은 시종 미소를 지으며 안경너머 우리측 대표의 표정들을 주의깊게 관찰.반면 백남준 책임참사는 무표정한 얼굴,초점없는 눈으로 앞만을 바라보고 있어 대조. 이에 우리측 이수석대표가『지난 89년 회담때 백선생께서 부상하셨다는데 완쾌가 되셨느냐』고 묻자 백대표는 즉각 만면에 웃음을 띠고 『민족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인데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고 답변.
한편 북한측 수행원들 가운데는 지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에서 대표로 참가했던 최성익·최승철 조평통 서기국부장이 나란히 모습을 보여 눈길.
○…이날 회담장에는 북측에서 25명의 비교적 많은 인원이 취재활동을 벌이는등 높은 관심을 반영.북측기자들도 회담장소와 시기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것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모인 것 아니냐.결정되면 그때 보도하면 되지 미리부터 만들어쓸 필요는 없다』면서 애써 피하는 모습.
그러나 다른 기자는 장소문제와 관련해 김영삼대통령은「손자」,김일성주석은「할아버지」로 비유하면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인사를 가는 법이 있느냐면서 『그것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예의의 문제』라고 말해 북측이 평양을 고집할 것을 시사.〈최원기·이상일·김진원·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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