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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철도파업으로 마비된 儀旺 컨테이너 수출입기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철도파업 5일째-.
국토의 대동맥이 마비된 가운데 대동맥을 따라 피처럼 순환되던각종 물류들의 흐름도 끊겨버렸다.
수출도 수입도,생산도 소비도 모두 반신불수 상태다.정상화를 위한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지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고 있다. 경기도의왕시2동 내륙컨테이너 수출입기지.
서울.경기일대 1만3천5백여개 대기업.중소기업들의 수출입 상품들이 부산으로의 수송을 위해 한꺼번에 집결되는 곳이다.하루 수출물량이 무려 3천만달러.수십m 길이의 컨테이너들이 수백개씩분주히 오가며 수출한국을 상징하던 이곳은 그러나 23일 이후 죽은 기지가 됐다.
철도파업 첫날 의왕~부산을 오가던 수출컨테이너를 적재한 13편의 열차는 운행이 완전중단됐다.수입용 컨테이너를 실고 부산에서 올라오던 열차 2편은 충청도에서 도중에 멈춰서 버렸다.
『그 안타까운 심정을 뭘로 표현합니까.한푼이라도 더 수출하기위해 근로자는 근로자대로,사장은 사장대로 얼마나 땀을 흘렸는데운반이 안돼 수출을 할 수 없다니….』 기지내 철송하역담당 姜廣德과장은 『수출물량이 폭주하는 월말이 다가오는데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가슴만 답답하다』고 했다.
韓進.대한종합운수.세방등 기지내에 있는 17개 운송 대행업체들은 4일동안 예정된 1백4편의 열차중 30%정도인 32편만이그나마 운행되자 대체운송수단을 찾기위해 필사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 (주)韓進의 경우 23일부터 전량 육송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 육송팀장 朴永鎭차장은 『월말을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수출기일을 맞춰주기 위해 전국에서 차량들을 동원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기일을 못맞추면 클레임이 걸려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대외신용도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된다』고 우려했다.
기지 인근의 시멘트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雙龍.現代.아세아.漢拏등 7개 시멘트사가 몰려있는 이곳 시멘트출하단지는 철도운송 중단으로 하루 1만5천t에 달하던 시멘트공급이 올스톱된 상태다.텅빈 사일로(시멘트 저장창고),수백량씩덩그러니 팽개쳐져 있는 화차들,공장 곳곳 도로에 버려져 있는 벌크차들….
1만t 규모의 사일로를 갖춘 아세아시멘트는 파업전까지 1일평균 1천t 분량의 시멘트를 수도권에 공급해오다 최근 화차운행 중단으로 재고까지 바닥났다.
인근 現代시멘트의 경우도 시멘트저장용량 2만t인 2개 사이로에 재고가 바닥났다.
영월.단양 현지생산공장은 주문이 없어 생산재고가 남아돌고 현지에선 시멘트가 없어 난리가 일어나고….
27일까지 열차파행운행으로 철도청이 입은 손해만 1백50억원이고 철도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주말까지는 적어도 4백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87년7월 이틀간의 파행운행 당시 입은30억원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리 경제의 규 모는 커져 버렸다.민간부문의 직.간접피해까지 합하면 천문학적 액수가 된다.
『철도기관사들이 얻고자 하는게 뭔지 몰라도 전체 국민경제를 이렇게까지 멍들게 해도 되는건지,국제경쟁이다 뭐다 난리인 판에….』 컨테이너 수출입기지의 한 관계자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金鴻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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