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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기업] 단체장 구인난? 企協엔 줄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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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선거가 오는 27일 치러진다. 경제4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경선을 통해 3년 임기의 회장을 뽑는다.

이번 선거에는 김영수 현직 회장에 맞서 5명의 전현직 조합 이사장 및 연합회 회장이 도전장을 냈다. 손상규(밸브조합).장인화(철강조합).고종환(제유조합)이사장, 김용구 전 이사장(광업조합), 배영기(기계연합회)회장 등이다.

1988년 직선으로 회장을 뽑은 이래 가장 출마자가 많다. 서로 회장에 나서지 않으려는 다른 경제단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번 선거는 2백2개의 전국조합과 연합회의 이사장, 회장이 투표권을 갖고 있으며 반수 이상을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1차투표 때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없으면 선두 1,2위의 득표자끼리 결선 투표를 한다.

◇출마자들은 어떤 사람인가=손이사장은 현재 기협 중앙회이사와 구조개혁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기협중앙회 회의석상에서 바른 말을 많이 해 '대쪽'이란 별명을 얻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그의 동생이다.

배회장은 국세청과 조달청에서 10여년간 근무하다 유압기계 업체인 ㈜세기하이텍을 창업했다. 경제 현안에 밝아 공개 경제 토론회에 자주 나간다. 2001년 국내 최대 규모 조합인 기계연합회 회장에 뽑혔다.

전직 이사장 출신으로 유일하게 출사표를 던진 김용구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그는 기협중앙회 자문위원으로 2년간 일했다.

고종환 이사장은 기업인으론 드물게 '우리 것 찾기'활동에 열심이다. 아리랑의 유래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최고 경영자과정 동문회장 직을 맡고 있다. 장이사장은 출마자 중 가장 젊다. 10년 전 동일철강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이다. 경영 승계 후 호텔업 등으로 사업을 늘리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재임에 도전하고 있는 김회장은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 개성공단 단지 사업 등을 마무리하는데 힘을 보태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년보다 일찍 중소기업인과 지자체장과의 간담회를 여는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전자조합 이사장 출신의 김회장은 전자부품 업체인 케드콤의 대표이다.

◇선거 양상=출마자가 많아서인지 벌써부터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김회장이 지난 달 초 전국 조합에 보낸 '홍보집'이 기협중앙회 선거관리위원회의 도마에 올랐다. 이 책자는 기협중앙회 홍보실이 김회장의 대내외 활동을 촬영한 사진과 언론기고문으로 이뤄졌다. 김회장에게 맞선 출마자들은 이를 '사전선거 활동'이라며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홍보실 측은 "홍보집은 말 그대로 홍보 자료의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적지 않은 중소기업인들은 기협중앙회의 고질이 된 편 가르기 싸움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기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역대 선거 대부분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고, 그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1년 회장선거 때 김회장은 경쟁후보들이 중도에 포기해 단독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하지만 사직 당국은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넘은 지난해에 당시 선거운동 과정 등을 들여다 봤다. 인사 관련 잡음도 있었다.

지난해 상임이사에 오른 두명이 중도에 낙마하기도 했다. 이들의 학력 위조 사실을 파헤친 기협중앙회 노조의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보고 밀어주기 인사를 하려다 터져 나온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회장 선거는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대결의 장이 돼야 한다"며 "사심없이 일을 할 사람이 뽑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윤희.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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