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송추IC '4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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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3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4공구 사패산 터널 공사현장.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 끝 자락인 사패산 아래로 대형 터널 2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터널 입구의 단면적만 170㎡인 편도 4차로 대형 터널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뚫려 있다. 보통 편도 4차로 이상의 터널을 광폭 터널로 부른다. 사패산 터널은 광폭 터널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로 추정된다. 송추 방향은 3993m, 의정부 방향은 3997m 길이다.

서울 외곽을 한 바퀴 도는 순환고속도로 중 마지막 미 개통 구간인 송추~의정부(6.8㎞) 구간의 핵심 공사 지역이다. 현재 공정률은 98.2%다. 이 터널 공사가 끝나는 올해 말에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는 완전히 개통된다. 왕복 8차로의 외곽순환고속도로는 총길이 128㎞다. 1990년 착공돼 17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터널 공사는 환경단체와 불교계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때문에 공사를 맡은 ㈜서울고속도로는 친환경 공법으로 터널을 뚫고 있다.

◆환경 피해 최소화=사패산 터널의 공사는 현재 벽면과 도로 포장을 마쳤다. 쌍굴 터널 중 하나인 송추→의정부 방면 터널은 도로 포장 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어서 차량 통행이 어려운 상태. 그래서 공사 관계자의 안내로 의정부→송추 방면 도로로 차량을 몰고 터널로 들어섰다. 폭 18.8m, 높이 10.6m의 편도 4차로 터널 내부는 차선 도색, 전기공사 같은 간단한 마무리 공사만 남겨 두고 있다. 터널 조성에 소요된 사업비는 2293억원. 공사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문은 환경 피해 최소화였다.

터널 가운데에는 벽면에 대형 전기 집진 시설 2개가 설치돼 있다. 내부의 먼지를 빨아들여 정화한 후 터널 내부로 깨끗한 공기를 다시 배출하는 첨단 시스템이다. 사패산 터널은 북한산 국립공원 지하를 관통한다. 때문에 먼지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 이 시설을 오르막 차로인 송추 방면에 2개, 내리막 차로인 의정부 방면에 1개를 설치했다.

터널 천장에는 내부의 먼지와 공기를 전기 집진 시설로 보내주는 직경 1.5m 크기의 대형 팬을 총 45개 설치했다. 이 팬이 돌아가 터널 내부의 먼지를 전기 집진 시설로 보내면 집진 시설이 먼지를 정화하는 방식이다.

◆첨단 공법으로 공사 기간 단축=사패산 터널은 환경단체와 불교계가 생태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반발해 계획보다 2년 늦은 2003년 12월 착공했다. 이 바람에 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는 사패산 터널의 개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터널 상부.하부 동시 굴착 공법을 사용,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 이 방법은 터널 상부를 먼저 파내고 100여m 거리를 둔 지점에서 곧바로 하부를 파고들어가는 공법이다. 기존 터널 공사는 상부를 완전히 파낸 뒤 하부를 파는 방식이었다.

서울고속도로 관계자는 "새 공사 방식은 위험이 따르는 공사였지만 안전하게 마무리해 한국 기술진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고속도로 허기선(43) 건설관리팀장은 "사패산 터널이 세계에서 가장 긴 광폭 터널로 인정받기 위해 한국터널공학회에 승인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기존에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개통된 외곽순환도로 수락산 터널이 3㎞로 가장 길었다.

◆경기북부시대 여는 견인차=터널이 개통되면 제한속도인 시속 100㎞로 달리면 3분 만에 사패산 터널을 통과할 수 있다. 의정부IC~송추IC는 4분이면 충분하다. 북부 구간 개통 전에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해 고양에서 남양주까지 갈 경우 1시간 30분가량 걸렸지만 사패산 터널 구간이 뚫리면 30분이면 가능하다.

허팀장은 "경기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개설돼 본격적인 경기북부시대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4공구 현장 GS건설 서경하(44) 공사팀장 "사패산 터널 공사에는 연인원 3만5000여 명과 1만8980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공사 기간 파낸 암반과 흙만 15t 덤프트럭 19만3000대 분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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