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개인정보 유출, 형사범으로 엄벌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불법 채권추심업체나 지인에게 개인 건강정보를 멋대로 넘긴 것은 물론 대선 후보들의 주소.주민등록번호 등 신상 정보와 종합소득.연금소득 등 재산 내역까지 몰래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등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후보의 건강정보를 대선 국면에 악용하려 했는지 여부는 그것대로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은 대선에서의 유·불리 차원에서만 따질 일이 아닌, 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범죄행위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전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각종 범죄에 노출시키는 데 공공기관이 앞장선 게 어디 이번뿐이었나. 차제에 관련 법규를 가차없이 적용해 개인정보 유출을 뿌리부터 뽑아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건강보험공단과 연금공단의 사례는 낯선 일이 아니다. 외교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이력서 등 개인 신상정보를 무더기로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청와대부터 군청까지 온갖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개인정보가 구글 사이트에서 돌아다니기도 했다. 서울시내 25개 구청의 홈페이지에 주민의 주민등록번호와 통장계좌·휴대전화 번호가 버젓이 실려 소동이 벌어진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노동부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가입한 사업장의 대표 명단 등을 넘겨받아 본인 동의도 없이 홍보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또 어떤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은 개인정보를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정보 유출이 반복되는 것은 공공기관 임직원의 안이한 인식과 솜방망이 징계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만 해도 정보를 유출하다 걸려 가장 무거운 해임 처분을 받은 직원이 지금까지 5명에 불과하고, 형사고발은 아예 한 건도 없었다. 본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 기관장에게도 지휘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마땅하다.

차제에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안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해 민간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도 제도화할 때라고 본다. 언제까지 내 이력서와 수술기록, 재산 내역이 마구 돌아다니도록 방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