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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노동운동」 정면돌파/강공법쓰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노대가 임투 배후조종” 단정/“한발짝도 후퇴없다” 최후 통첩
정부가「불법노동운동」에 대해 정면돌파를 통한 원천해결을 시작했다. 철도청과 서울시·부산시는 철도·지하철근로자들에게 복귀명령을 내렸고 검찰은 지하철노조간부 20여명과 양규헌공동대표등 전노대 핵심간부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는등 원칙에 따른 대응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전노대가 전기협및 서울·부산 지하철노조파업의 여세를 몰아 주요 사업장의 연대파업을 유도하는등 올해 임투를 사실상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판단,전면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쟁의행위 돌입시기를 6월말로 한다는 대원칙아래 ▲노·경총 임금가이드라인 철폐 ▲복수노조및 제3자개입 허용 ▲해고자 복직등 구체적인 투쟁지침을 올해초 산하노조에 내려보냈음을 들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올해 임투시범사업장으로 전기협이 주도하는 철도부분과 지하철부분으로 설정,철도에서 불법파업을 하면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 분명하고 그럴 경우 이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등 대형 사업장에서 연대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울지하철노조원들이 23일 오후9시 파업을 선언한 뒤일제히 대학교·성당등지로 피신해 분산농성하고 27일부터 전국사업장이 연대파업을 선언하는 등의 조직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도 전노대의 치밀한 사전계획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올들어 전노대가 기자회견등을 통해 『실정법에 어긋나더라도 제3자 개입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해 내사활동을 벌여왔고,24일 숭실대에서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민간기업노조의 연대파업을 선언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전노대는 철도·지하철사태에서 자신들이 전기협측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파국을 막기 위해 막판까지 철도청과의 교섭창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잇따른 강경조치 때문에 더이상 대화와 타협을 거론할 경우 노동계 내부에서의 입지마저 흔들릴 정도여서 정면대응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전노대의 연대파업은 형식상 조건부다.
지하철분규에 대한 직권중재 철회및 임금 3%인상 가이드라인 철폐,전기협을 대화파트너로 공식인정하는 등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언제든지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고,파업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인 점을 감안할 때 전노대는 정부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그러나 전노대가 산하노조의 일사불란한 연대투쟁을 이끌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 상층의 구성이 허약한 상태여서 연대투쟁은 집행부 주도보다는 개별노조의 역량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노대도 『조직 상층이 허약하지만 개별노조단위의 투쟁이 어려운만큼 전노대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번 투쟁의 성패는 전기협·전지협이 어느 정도 버텨내고 민간대기업이 얼마나 뒤를 받쳐주며 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이번 사태가 당초 의도했던「일정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전노대측의 『기아자동차등 대기업노조가 최근까지도 잇따라 노총을 탈퇴하거나 탈퇴의사를 밝히고 있어 철도·지하철사태가 파업까지 가지 않았더라면 민주노총건설 사업이 순조로웠을 것』이라는 언급은 이같은 속사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내주부터 시작되는 민간기업노조의 파업은 전노대 지도부의 일사불란한 지도에 따른 전면적인 연대파업보다는 개별노조의 일정에 따른 연쇄파업형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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