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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독서실>최순우 문화재산책-무량수전 배흘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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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내 우리 고미술을 빼어나게 해설했던 崔淳雨 前국립중앙박물관장(1916~1984)의 글들이 다시 간추려져 나왔다.
92년 『崔淳雨全集』 전5권을 펴냈던 도서출판 학고재는 崔씨의 글 가운데서 일반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미술 해설의 글들을 모아『崔淳雨의 문화재산책-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최근 단행본으로 펴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제목은 浮石寺 무량수전을 찾은 그가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어 남겼던 글에서 따온것이다. 고건축.도자기.회화.공예등 고미술분야 전반에 정통하고또 해박한 식견을 갖췄던 崔씨는 작고후 두번째로 나온 이 책속에서 그의 눈길이 머물고 그의 붓끝이 한번 스쳐지나가면 무심한돌무더기라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는 기막힌 마술사적문장을 다시한번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한국미술품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자랑스러움을 일생동안 잃지 않았으며 「자연과의 諧和美」는 그가 따로이 찾아낸 한국고미술의 특질이었다.조화의 아름다움을 뜻하는「해화미」란 말은 건축.도자기.석탑등 그의 시선이 머무른 고미술품에 대한 해설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높이가 10m나 되는 높은 자연석벽에 몸체를 새기고 그위에 2m가 넘는 큰얼굴을 얹은 안동 제비원 여래석불을 설명하면서 그는『마치 자연과 인공의 미묘한 해화에서 오는 화음처럼 주위의산천에 아름다움의 정기를 불어넣어 주었고,부처님의 높은 공덕을대자연의 공간과 시간속에 메아리지게 해주었다는 느낌』이라고 썼다. 又玄 高裕燮선생의 제자였던 崔씨는 1943년 又玄이 있던개성부립박물관에 들어간뒤 40년넘게 박물관과 인생을 함께했다.
해방과 함께 서울 국립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학예관.미술과장.학예연구실장을 차례로 거쳐 작고할 때까지 10년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직을 지냈다.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국립중앙박물관 鄭良謨관장은 이 책 서문에서 崔씨를 가리켜 『우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인일뿐 아니라 당신의 생활까지도 세속에서 벗어나 탈속의 경지에서 의연하게 사시려고 평생을 노력한 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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