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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활새풍속>15.밤에 암벽타기 별난 스릴 만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토요일 오후8시무렵 서울 북한산 인수봉.어스름한 밤 바위에 매달린 암벽 등반가들의 헤드 랜턴 불빛이 반딧불처럼 깜박거린다.『바위에 달라붙어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황홀하기조차 합니다.』 2년전부터 주로 밤중에 산을 찾는 산악인 禹政均씨(레저대행 전문업체 코니언 대표)는『낮보다 한적하고 색다른 맛이 있기때문』이라며「야간등반 예찬론」을 편다.일요일이면 인수봉 직벽은몰려드는 암벽 등반가들로 심한 「교통체증」몸살을 앓고 있다.급격히 늘어난 동호인들을 모두 아우르기엔 인수봉이 너무 작기(?)때문.토요일 밤이면 禹씨와 같은 30여명의「夜바위꾼」들을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다.
『뭐랄까.하늘을 날다 보면 세상사가 보다 또렷해지는 것 같아요.』 일요일인 지난 12일 경기도 포천 활공장에서 만난 패러글라이더 金相浩씨(43)는『처음엔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젠떼어 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한다.가로 7m,세로 3m 크기의 비행물체에 몸을 싣고 자유를 만끽하는 패 러글라이딩 동호인은 약 2천여명.경기도 광주 매산리.양평 유명산등이름난 패러글라이딩 코스는 일요일이면 동호인들로 하늘을 메운다. 요즘 삶의 질.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도드라지면서 패러글라이딩.윈드서핑과 같은 모험 레저 스포츠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위험하니 물가에 가지 말라』는 말을 성경처럼 듣고 자란 기성세대들에겐 모험 레포츠는 아직도 낯선 단어다.
홍콩에서 계간으로 발행되는 레저 전문지 액션 아시아에 따르면모험 레포츠로 분류될 수 있는 종목은 패러글라이딩.암벽 등반.
스킨 스쿠버.윈드 서핑.MTB(산악 자전거).스키 등 6개.
보험회사에서는 패러글라이딩.스킨 스쿠버.암벽 등반등은 상품 취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다.그러나 초보자에겐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대개의 경우 경력이 쌓이면서 고난도의 기술을 익히거나 시도하면서 가끔 사고가 생길 뿐이다.
「하루를 쉬는 것은 좋다.그러나 의미없는 휴식은 일상의 반복일 뿐이다.적극적으로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모험 레포츠는 연극.스포츠 관람등 말랑말랑한 여가수단보다 몸소부딪치면서 자기확인을 해야 성이 차는 신세대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비상구가 된 셈이다.
신세대 부부 金明坤(29).權鎬貞(27)씨.92년10월 레저클럽에서 만나 함께 동굴탐사.윈드서핑을 하며 자연스레 가까워져결혼에 성공한 커플이다.신혼인 요즘도 이들은 모험 레포츠 행사에 같이 다닌다.전문 레저업체 코니언의 경우 1 년에 보통 6~7쌍의 동호인 커플이 탄생한다.
「살면서 모험을 즐기는」것이 아니라「모험을 즐기기 위해 사는」사람들도 있다.암벽 등반을 전문으로 하는 용마루 산악회는 최근 회원들이 함께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사업 내용은 빌딩 창문등 외벽 청소.바위를 타기 위해 전문성(?)을 적 극 살린 경우다. 레포츠 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모험 레포츠를 제공하는토털 레저업체도 서울에만 50여곳이 성업중이다.한가지 종목만을다루는 클럽(보통 50~1백명)도 전국에 3천여개나 된다.이밖에 각 학교와 기업의 산악반.동호인 클럽까지 합치면 모험 레포츠 인구는 최소한 1백여만명이 넘을 것으로 레저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金 鍾박사(프로야구 OB베어스 기획실.체육경영학)는『모험 레포츠 인구의 증가는 다양한 민주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는 좋은 현상』이라고 풀이한다.
〈金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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