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빠 이형관씨 4년째 아들과 사극 보며 역사 토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호 05면

이형관씨와 아들 원이.

“아빠, 만약 대조영 장군이 거란을 점령하고 그곳에 국가를 세웠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글쎄, 당시 거란에 발해를 세웠다면 중국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겼겠지.”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사는 이원(13·오산 원일중1)군은 요즘 아빠와 함께 사극 ‘대조영’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아버지 이형관(44·입시학원 원장)씨도 “그냥 사극을 보는 게 아니라 아들과 역사를 토론하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자는 ‘불멸의 이순신’이 방영되었을 때는 이순신 장군의 혁명 가능성에 대해, ‘주몽’을 보면서 철기 기술의 역사에 대해 토론했다. 이들 부자는 4년째 사극을 보며 역사 토론을 하고 있다.

원이가 ‘불멸의 이순신’을 보며 검술을 연마하는 장면, 무인의 절개 등에 관심을 갖자 ‘역사를 가르치면 애 교육에 도움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토론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원이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주말에는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주몽은 월·화 드라마였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지만 한두 번 정도밖에 빠지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빼 먹은 경우에는 주말에 반드시 재방송을 봤다.

원이는 “친구들은 국사 시간을 지겨워하지만 저한테는 국사 시간이 한 편의 사극 같다”고 말한다. 원이는 수업 시간에 고구려 역사가 나오면 자신 있게 발표한다.

“애가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학교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사극의 주인공처럼 친구들을 리드하는 소질을 보이더군요.”

이씨는 원이에게 국어와 영어를 가르친다.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등산을 즐긴다. 원이에게 아빠는 친구와 같다. 원이는 엄마보다는 아빠와 얘기를 더 많이 한다. 여자친구와 관련한 고민을 터놓기도 한다.

어머니 최은주(36·회사원)씨는 “원이가 아빠랑 장난치는 걸 보면 동갑내기 친구 같다”며 “가끔 질투가 나지만 다른 사춘기 아이들과 달리 아빠와 허물없이 지내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