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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지만원 군사평론가(북핵,인식전환 필요하다: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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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운명 미에 맡길수만은 없다/제재 고삐 조이면 한국에 불똥/정부·언론 미 장단에 춤춰서야
우리의 운명은 미국의 손에 맡겨질 수 없다.가장 먼저 해야할일은 북한핵에 대한 정책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첫번째 대안은「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을 피해 민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다.두번째 대안은「전쟁을 치르더라도 북한핵을 반드시 저지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불안 조장
정부는 이 두개의 대안 중에 택일해야 한다.첫번째「전쟁불가론」을 택할 경우 국민은 정부가 뭐라하지 않아도 편안한 마음으로 경제전에 임할 것이다.두번째「전쟁불사론」을 선택할 경우 국민은 지금부터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미국의 시각을 따라 두번째 대안을 따라왔다.국민이 불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일 북한이 1백개의 핵무기를 만들어 그 중 80%는 수출하고 20%는 북한에 남긴다면 남한은 20%에 대해 걱정하고 미국은 80%에 대해 걱정할 것이다.과거 것은 묻지 말고 앞으로의 핵무기 제조만 동결하자는 미국의 정책은 바로 한미간의 이러한 입장차를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저지하겠다는 것은 그 80%를 위해서다.그리고 지금 한국 정부는 미국의 그 80%를 위해 한반도를 전쟁터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고 싶겠지만 죽는 것은 한민족 뿐이다.미국의 강경론자들은 한국군의 무장을 대폭 강화시켜 북한 핵을 반드시 저지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혼자 약은 것이다.
그러나 한심한 것은 한국 정부다.이를 가장 경계해야 할 정부가 한 수 더 떠 강도 높은 제재를 독려하고 다니는 것이다.강도 높은 제재는 99% 전쟁을 가져온다.한국 정부가 가장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은 지난 40여년간 핵개발에 온갖 정성을 쏟아왔다.상당한 반대급부 없이는 포기할 수 없는 무기인 것이다.이에 대해 미국은 이제까지「선포기」압력을 가해왔다.이것이 먹히지 않자 제재라는 마지막 칼을 뽑아든 것이다.
○김일성 굴복안해
그러나 김일성은 죽음을 택할 망정「미제의 압력」에 굴복할 것같지는 않다.어느날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해 버리면 모두가 닭쫓던 개의 입장이 돼버릴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 제조에 대한 의지가 있고 기술이 있다.북한처럼 폐쇄된 국가에 제재나 사찰이라는 방법을 통해 핵개발의지를 꺾는다는 것은 엄청난 무리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누구에게 쓰려고 핵을 개발하겠느냐」는 생각은 병정놀이식 발상이다.「북한이 핵을 가지면 남한에는 끝장」이라는 생각은 분석되지 않은 순진한 정서에 불과하다.북한이 핵을 가지면 남한도 보유하면 되는 것이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는데 남한만은 빈 손으로 살아야 한다고 설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남한은 앉아서 핵보유에 대한 당당한 명분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핵보유 동등국」이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이는 동북아 국가들이 골고루 핵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재래식 무기는 비싸기만 했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불완전한 억제력에 불과하다.
그러나 핵무기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완전한 억제력을 가지며 긴장완화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남북한간의 긴장도 완화될 것이고 비싼 재래식 무기에 막대한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짐도 덜어줄 수 있다.서울은 더 이상 인질이 아니다.화생무기와 스커드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도 독립하게 된다.이는「북한의 핵보유가 곧 우리의 끝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때문에 남한이 전쟁이라는 마지막 길을 택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다.한국인은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위해 목숨 바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강경책에 호응하지 않는다고 정부는 서운해 했다.그러나 중국만이라도 북한과 대화상대가 돼주어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상호감군 최선책
미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고 언론들이 서운해 했다.고삐를 조이면 그 불똥은 한국에 떨어진다. 언론 매체들은 얄팍한 상혼 때문에 다투어 가면서 한반도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정부와 언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불안한 것은 북한이라기 보다 오히려 정부의 위기관리능력과 언론들의 센세이셔널리즘이다.
정부는 지금 첫번째 대안,즉 전쟁불가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국 국민의 명확한 정책을 국제사회에 공표해야 한다.이것만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다.
만일 미국이 강도높은 제재를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오직 한국에 불똥이 튀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이 한발의 스커드를 날리기 전에 북한의 전쟁의지를 말살시키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러한 보장이 없는한 한국은 절대로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허용할 수 없다.한국 국민이 살아남기 위해서다.한국이 무엇을 주장하든 그것은 한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제3국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핵을 포기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마지막으로 하나 있다.그것은 국제 레프리에 의한 상호감군 방안을 포함한 일괄타결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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