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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핵 이전설' 규명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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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핵 시설의 연내 '불능화'(가동하기 어려운 불구 상태로 만드는 것)와 북한이 우라늄 농축 방식으로 핵 개발을 추진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신고하는 일정을 짜는 게 이번 회담의 목표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 북.미 수석대표 회동에 이어 이날 오전 다시 만났다. 회담의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는 북한이 핵무기의 원료인 무기급 플루토늄을 얼마만큼 성실하게 신고할 것인지 여부다. 이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양은 적어도 50㎏으로 추정된다"며 "50㎏보다 많든 적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북한이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플루토늄 보유량과 무기화 현황은 신고 단계에서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플루토늄의 신고가 이뤄지면 검증 과정에서 보유량, 핵 물질의 국외 반출 여부까지 모두 해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 제기한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이전했다'는 의혹도 김 부상이 제출한 목록의 진위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날 것이란 얘기다. 회담장 주변에선 김 부상이 플루토늄 관련 문제는 폐기 단계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반면 핵 불능화와 농축 우라늄 핵 개발(UEP) 의혹을 밝히는 과정은 순항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핵 불능화를 연말까지 이행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상반기에 시작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 핵 폐기 과정이 6개월을 넘길 수도 있어 불능화 수준은 원상 복구하는데 6개월 이상 걸리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양측 대표들은 복구 기간이 1년 정도 걸리는 불능화 방안에서 절충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도 "우리는 더 하고 싶고 김 부상은 덜 하고 싶어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라며 핵 불능화의 방식에 대한 의견차가 좁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개막식에선 힐 차관보가 김 부상에게 뭔가가 적힌 쪽지를 전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우라늄 핵 개발 방식에 대한 해명은 이달 2일 제네바 북.미 회담에서 충분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 해소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김 부상이 러시아로부터 우라늄 농축 장비인 원심분리기 2600개를 만들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t을 들여왔다고 힐 차관보에게 털어놨다'고 최근 보도했다.

◆시리아 핵 이전설=미국 정부.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핵 기술 협력 의혹. 핵 장비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이 이달 3일 시리아에 입항한 지 사흘 만에 이스라엘 공군은 시리아 북부 우라늄 추출 시설로 의심되는 농업연구소를 공습했다. 시멘트 포장으로 위장했지만 핵 장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베이징=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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