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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산책>7.즉흥곡26(노젓기)-바실리 칸딘스키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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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늘은 천재 예술가를 낳는다.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는 인간에 의해,역사의 피라미드에 의해 만들어진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는 인간사회엔 어디서나 공통적인 심적.정서적 반응을 바탕으로 추상화의 실증적 체계를 세운 화가로 평가된다.법률가 지망생에서 전향,45세가 지나서야 겨우 추상화풍을 정립했던 칸딘스키를 무엇이 그토록 위대한 화가로 만들었을까.
미술사의 피라미드를 그려보자.피라미드를 수평으로 3등분해 위에서부터 1,2,3으로 번호를 붙였다고 생각하면 된다.그 첫번째 삼각뿔을 보자.피라미드의 정점에 내적 필연성이 있다.
칸딘스키는 일찍이 힌두교의 경전이나 불교에 심취했다.그는 모네의『건초더미』를 보면서「그림에서 대상이 필요한가」라는 화두를만든다.그는 1909년 땅거미가 질 무렵,자신의 작품인『집이 있는 그림』에서 대상의 묘사 대신 밝은 색면만으 로 그림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1910년의 최초 추상 수채화다.칸딘스키는 이어 그림이란 개성.스타일.순수성및 영원성이라는 불가사의한 필요조건으로 구성된다고 보고 그것을내적 필연성이라 했다.1912년 음 악용어를 빌린「콤퍼지션」시리즈의 그림이,그리고『예술에 있어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논문이 발표되었다.그것이 피라미드의 정점이다.불교의인식론과 양자 물리학,음악과 내적 필연성을 조합한 것이다.
제1 삼각뿔의 밑변에는 동조및 전파의 세력으로 바우하우스의 학생,다리파(Die Brucke)그룹이 있고 후계세력으로 격렬한 추상행위를 내세우는 앵포르멜 등이 있다.제2의 사다리꼴엔 격전의 현장을 보도하는 기자및 저널리스트가 있고 사상이나 어록을 인용하는 평론가나 이론가 등이 있다.분할된 피라미드에서 맨아래,즉 제3의 사다리꼴에 대중이 위치한다.그들의 머리 속에는「칸딘스키=뜨거운 추상」의 등식이 상식처럼 입력되어 있다.미술사는 이 상식의 피라미드에서 취재. 기술.평가.보존된다.
칸딘스키에게 이 피라미드의 도식이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후속세력과 대중이라는 착실한 저변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더 중요한 이유로는 그가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표방했음을 들 수 있다.추상이란 새로운 언어의 확산을 위해 그는 사람들이누구나 알고 있는 對象性이란 연을 하늘 높이 띄운 다음 줄을 밀치고 당기는 수법을 썼다.
대중은 그의 그림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친밀감이 증폭되었다.또 연에 꼬리와 날개를 달듯이 정신성과 음악성을 대상성에 결합시켰다.정신을 강조함으로써 기계문명에 대해 인간의 영혼을 승화시키고 정제시킬 수 있다는 인류의 자부심을 만 족시켰다.그리고 음악을 강조함으로써 19세기를 정점으로 얼어붙어 있던 음악의 잘 정리된 흐름에 편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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