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핵관련 한·미·일서 움직임 체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정계까지 침투/조총련 정보수집 혈안/북한 직접조종 최근 「암호방송금지령」 급증/「학습조」 5천명 김정일과 “생사함께” 맹세
『평양에 있는 ○○○으로부터 일본에 있는 ○○○에게 보내는 편지를 방송합니다』 『○○호에게 지령문을 보냅니다』
자정쯤 AM라디오 튜너를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일본방송 대신 갑자기 아리랑·혁명가요 등이 흘러나오면서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한국말이 들려온다. 정말 소식을 전하는듯한 짤막한 편지 또는 「16425,32975…」 등 다섯자리 숫자를 읽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흘러나온다. 북한 대외정보조사부가 일본의 고정 간첩들에게 보내는 암호 지령이다.
최근 핵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같은 북한의 암호지령방송이 크게 늘고 있다. 일 경시청 관계자는 8백여개나 되는 괴전파가 일본상공을 어지럽히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인 6백40여개를 북한 공작원들이 보내는 교신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정부는 최근 이시하라 노부오(석원신웅) 관방장관 주재로 총리관저에서 내각관방안전보장실·내각정보조사실·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 등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다. 과거에는 월 1회정도 회의를 열어 전반적인 안보문제를 다뤘으나 최근에는 주 1회 이상으로 늘렸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경제나 군사적인 제재가 있을 경우 24만명 이상되는 조총련계의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보안법 등 간첩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 이른바 「스파이 천국」으로 불린다. 게다가 북한에 있어 일본은 ▲긴 해안선을 갖고 있어 침투하기 쉽고 ▲조총련이란 거대조직이 있고 ▲북한 귀환자의 친척이 10여만명에 달해 협력을 얻기 쉽고 ▲한국과의 자유왕래가 보장되는 점 등 때문에 북한의 정보활동지역으로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한덕수지배하의 조총련은 북한의 충실한 대변자로 가입인원 24만여명에 실제 활동인원 5만6천여명이란 방대한 조직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학습조」의 활동을 일본은 가장 경계하고 있다.
김일성 부자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서약한 18세 이상의 활동가로 구성된 학습조는 지난 3월이후 『김정일비서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며 앞으로 어떤 사태가 생기더라도 김 비서와 생사운명을 같이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일 공안당국은 학습조원이 약 5천명 정도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에 경제·군사적 제재가 단행될 경우 이들을 중심으로 재일조선통일민주조선 시절처럼 집단폭력이나 테러 등 소요사건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국과 함께 최근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한·미·일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곳은 조총련 국제국(국장 백한기)이다.
북한 대남 정보조사부의 지휘를 받고 있는 이들은 일본 정계와 관계·업계·학계는 물론 한국인 주재원·민단계 동포 등을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와 함께 첩보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당 좌파의원을 비롯,이시이 하지메(석정원) 자치장,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 전 관방장관 등은 대표적인 친북한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월11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전 총리와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 정권의 중추부에 친북한 인사가 있다』며 클린턴 대통령이 대북제재때 일본의 동조여부에 우려를 표명한 것은 바로 다케무라 당시 관방장관을 두고 한 말이었다. 미국측에서 『다케무라 장관이 있는한 일본의 대북제재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특히 한덕수가 북한에 간뒤 조총련을 맡고 있는 허종만 책임부의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중회근강홍)·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전 총리와 만날 정도로 일 정계와 두터운 파이프를 유지하고 있다.<동경=이석구·오영환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