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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한­미­일/마침내 본격 국제제재국면으로 간 북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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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 태도변화까진 고삐 안늦춘다/카터 방북결과 보고 강도 조절/러 제안 「국제회의」도 집중 검토
북한 핵문제가 제재국면에 들어서 국제사회가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11일의 한·미·일 3각 고위급회담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검토했다.
10일 하루에도 전세계 각지에서 핵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움직임들이 계속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0일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제재의사를 밝히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안보리 제재논의에 채찍을 가했다.
이에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면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IAEA 제재결의 표결에서 기권함으로써 안보리에 제재결의안이 상정되면 같은 처신을 할 것이란 기대를 주면서도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은 안보리의 제재를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 엇갈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또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10일 러시아가 제안한 「국제회의」 수용의사를 밝혔으며,지미 키터 전 미 대통령은 다음주 남북한을 잇따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서 열린 한­미·한­일간 고위당국자의 삼각회담은 이처럼 급변하는 북한 핵상황을 정리하고 안보리에 상정할 제재결의 추진 목표와 강도·내용·상정시기 등을 다시 점검하고 이달초 3국 고위실무자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들을 일부 수정했다.
우선 이날 회의에선 러시아가 제안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를 결의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집중 검토했다.
알렉산드르 파노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0일 러시아가 제안한 국제회의 개최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안보리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미·러 외무장관은 국제회담에 합의했다.
한·미·일은 그동안 러시아의 주장에 냉담한 입장을 보여왔다.
3국은 안보리 제재를 추진하는데 가급적 국제사회 전체의 의사로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과 북한이 태도를 바꾸어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에 대한 지원문제 등을 논의하려면 러시아가 제의한 8자회담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은 국제회의를 수용할 경우 그 필요성을 결의안에 포함시키되 그 시기는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일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은 또 이날 연쇄회동에서 제재의 목적이 『제재 자체가 아닌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제재결의안을 안보리에 상정하기 전에라도 북한이 연료봉 교체를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깬 「대화의 기초」를 복원하면 제재추진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와관련해 카터 전 미 대통령이 오는 14일 방한,김영삼대통령을 면담하고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만난뒤 오는 18일 서울로 와 김 대통령을 다시 만나는 일정은 핵문제가 대화로 풀릴 수 있을지에 중요한 기회와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중대한 기로에 놓인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카터의 남북한 방문은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미·일은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북한이 결정적인 태도변화를 보일 때까지는 안보리 제재결의 추진 고삐를 늦추지 않기로 했다.
다만 중국 등 아직도 안보리 제재결의에 반대하는 나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재결의를 안보리에 상정하는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으며,제재결의안 자체도 일정한 시한을 두고 북한이 그안에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제재에 착수한다는 내용으로 한다는데 합의했다.
제재는 무기금수나 외화송금 중지,석유수출금지 등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 나간다는데 합의했다.
이날 3국의 합의는 「제재 추진과 함께 대화를 통한 해결의 기회도 모색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강영진기자>
◎안보리조치 “가늠자”로/IAEA “참는 것도 한계” 대북채찍 압도적 결의/중요한 변수 중국 기권으로 묵시적 찬성
10일 폐막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북한에 대한 사상 최초의 제재조치를 결의함으로써 국제사회는 이제 본격적인 북한제재 국면에 돌입했다.
그간 북한에 대한 IAEA 이사회의 공식적인 결정을 기다려온 유엔안보리는 이번 IAEA의 결의를 방향타로 삼아 본격적이고도 가시적인 대북제재조치 마련에 들어가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IAEA의 이번 결의를 바탕으로 유엔안보리도 강력한 대북제재를 결의,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이 극한 상황으로 이어지느냐,아니면 긴장국면을 전환시킬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느냐 둘중의 하나다.
IAEA 이사회가 이처럼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그간 인내를 갖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IAEA나 국제사회의 기대를 북한이 끝내 저버린데 대한 단호한 의지표명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북제재는 결국 북한이 자초한 셈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특히 의의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은 현재 북한 핵문제 해결에 중요한 변수인 중국이 대북제재에 묵시적 찬성을 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회의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대한 제재가 결의될 것으로 회의 벽두부터 예상됐었다.
이 때문에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취하는 중국의 태도는 안보리에서의 중국입장에 대한 선행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회의 마지막 순간까지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및 IAEA 정상적 사찰수행 지지와 북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중국은 결국 결의안 채택 표결에 기권을 했다.
그러나 중국이 유엔안보리의 본격 대북제재 논의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간의 통상적인 대북결의와는 다른 강력한 대북제재에 분명한 반대를 안한 것은 의미있는 묵시적 찬성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안보리에서도 이같은 태도를 취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같은 중국의 「균형감각있는」 자세가 궁극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하리란 점은 분명해졌다.
어쨌든 이번 IAEA의 결의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당장 현재 북한에 체류중인 사찰단원의 추방과 모든 사찰의 중단을 발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 북한의 추후 반응에 국제적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 관측통들은 북한이 누누이 위협해온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는 당분간 보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상황이 이러한 마지막 카드를 사용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IAEA와 북한의 관계는 이날짜로 사실상 동결됐지만 대화재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의안이 북한의 회원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것이나 의료부문에 대한 기술지원은 계속하기로 한 점,그리고 추가사찰을 결의한 점 등은 북한에 대한 마지막 대화창구는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는 정말 북한이 답할 차례다.<빈=유재식특파원>
□IAEA 대북 제재결의안
⑴IAEA 이사회와 총회의 기존 대북결의에 담긴 핵안전협정 위반 에 관한 핵심적 요소들이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는데 개탄한다.
⑵영변 5㎿ 원자로에서 이력확인을 통해 핵물질 전용여부를 검증하 려는 IAEA의 활동을 차단함으로써 북한의 핵안전협정 불이행의 폭이 더욱 확대됐다고 판단한다.
⑶사무총장과 사무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다.
⑷북한에 대해 특히 모든 안전조치 관련 정보·장소에 대한 IAE A의 접근을 허용하는 등 즉각적·전면적 협조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⑸유엔안보리 요청에 근거,사찰관과 감시장비를 통해 핵안전조치를 효과적·전면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사무총장에게 요청한다 .
⑹헌장 12조 C항에 따라 핵의료사업을 제외한 모든 대북지원을 중단할 것을 결정한다.
⑺이번 결의를 IAEA 전 회원국과 유엔총회·안보리에 전달해줄 것을 사무총장에게 요청한다.
⑻북핵과 관련된 모든 상황전개를 계속 주시,적절한 방식으로 이사 회에 보고해줄 것을 사무총장에게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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