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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650억 유치한 사돈 보고보고 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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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8일 평소처럼 언론보도에 대한 일일보고를 받았다. 어느 순간 盧대통령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이게 뭡니까. 민정(수석실:친인척 관리)에 알아보세요."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했다. 곧바로 민정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현재 정밀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마무리되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이날 발매된 시사저널(2월 5일자)의 '盧대통령 사돈 민경찬(44.김포 푸른솔병원 원장.盧대통령 형 건평씨 처남)씨가 차린 회사 두달 만에 6백50억원 투자 유치'라는 기사 때문이다. 대통령보다 더 열을 받은 쪽은 민정수석실이다. 閔씨가 회사를 차린 직후인 지금부터 두달 전쯤. 민정수석실에 정보가 접수됐다.

"대통령 친인척이 회사를 차려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閔씨 본인에게 직접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閔씨는 "대통령 사돈이면 사업도 못하느냐. 합법적인 사업을 왜 간섭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양측의 신경전 속에 급기야 閔씨가 언론과 인터뷰까지 한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도저히 그냥 못 넘긴다"는 입장이다.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이호철 민정비서관은 "현재 투자유치 과정에서 불법 소지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문제가 드러나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閔씨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앞으로 이 회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속적으로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렇게 강한 입장을 보이는 데는 속사정이 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모든 대통령 친인척은 정기적으로 스크린하고 있다. 閔씨 건도 이 과정에서 파악됐다"며 "특히 閔씨는 과거 행적 때문에 대통령 친인척 중 사고를 칠 가능성이 큰 인물로 분류돼 왔다"고 설명했다.

閔씨는 2000년부터 병원을 운영하다 큰 손실을 보고 채권자들에게 병원 건물과 터를 가압류당해 지난해 3월 법원 경매(56억원)에 넘겨졌다. 병원 건설 공사비와 전기.상수도 요금까지 체납된 상황에서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 특혜대출 의혹도 불거져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감 때는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閔씨는 2000년에 사이버 처방전 업체인 '아파요닷컴'을 설립, 서초구보건소로부터 형사고발 당하고 의사면허 자격정지 행정처분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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