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 … 급등하는 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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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금리 인하 여파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1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며 금과 원유 등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2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달러화 가치는 전날보다 0.5% 하락한 1.4068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저치다. 미 달러화는 캐나다 달러에 대해서도 가치가 급락해 이날 달러당 0.9996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1달러로 1캐나다 달러를 바꾸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76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엔-달러 환율도 1.4% 하락해 달러당 114.4엔에 거래됐다. 위안-달러 환율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7.5050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켜 수출이 늘어나게 된다. 일본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의 수석 외환 딜러인 하야시 테추히사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달러화 매각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 연방제도이사회(FRB)는 미국 경제성장이 더디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축 통화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 등은 가치가 하락하는 달러화 대신 유로화 등의 보유를 늘리고 있다. 인도 업체인 인포시스는 달러화로 결제하는 미국 영업보다 유로화 등으로 결제하는 유럽과 아시아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유.금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39달러(1.7%) 오른 배럴당 83.32달러를 기록했다. 4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원유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데다 미 금리 인하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746.3달러까지 치솟아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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